땅 속에 잠자던 개구리가 튀어나온다는 경칩이 지나고 영남이 나타났다. 음력 설 이후 보름만이니 자주 오던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사부님, 안녕하셨습니까?”

인사하는 폼이 궁금한 것이 있거나 부탁할 것이 있는 듯 했다.

 

<이번 걸음은 시간이 좀 걸렸네>

“예, 미국 좀 다녀왔습니다.”

<미국?>

“예, 승규 선배 미국 가는데 동행 했었습니다.”

<음, 그래?>

“예, 사부님께서 케어를 꺼려하시니까, 또 저는 못미더웠을 테니까 그런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어떻게 되었노?>

“뭔가 덩어리가 있고 대장이 부분적으로 막힌 곳이 있다는데 다시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 까지 알고 왔습니다.”

<그랬군>

 

“사부님, 하온데 이 사주들, 재벌이 맞습니까?”

영남이 적어 내놓은 사주는

① 경술(庚戌)년, 무인(戊寅)월, 무신(戊申)일, 계해(癸亥)시. 대운 7.

② 을묘(乙卯)년, 정해(丁亥)월, 경신(庚申)일, 갑신(甲申)시. 대운 6.

③ 신사(辛巳)년, 신축(辛丑)월, 임술(壬戌)일, 병오(丙午)시. 대운 1.

④ 무신(戊申)년, 무오(戊午)월, 갑자(甲子)일, 계유(癸酉) 또는 갑술(甲戌)시. 대운 5.

 

사주들을 보고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날 테스트 하러 오신 겐가?>

“아니 왜요?”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이 정도의 명은 알고 있어야 하는 걸세. 모두 재벌이 맞고 1, 3, 4는 한 집안인 것을 잘 알고있지. 이 가족 중 절반은 갔고 반은 아직 안 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네>

“그럼 2는요?”

<그만해!>

역정이 나는 것을 참고 호통을 친 것은 영남의 태도가 공부하는 자세가 아니라 내가 제대로 알까하고 시험지 내놓고 대하듯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봐! 영남이. 명리학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1과 2는 고인이 된지 제법 됐고 3은 죽은 듯 살아있는 사람, 아직 묻히지만 않았을 뿐인데 어쩌면 망사주 때문에 그럴지도 모를 일인 듯 하네. 문제는 4인데 4가 참으로 중요해. 4가 잘못되면 나라 전체가 휘청댈 수가 있으니 말이야>

영남은 스스로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은 듯 벌떡 일어서더니 철퍼덕 하고 엎어졌다. 큰절을 하면서 영남은 “사부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하고 말했다.

 

영남의 태도로 봐서는 큰 악의는 없었지만 테스트 해보려는 의중이 깔려 있었음이 분명했다.

<명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은 케이스 스터디가 많아야 돼. 적어도 3000개 이상의 사주는 알아서 소화돼야 한다고 봐. 그보다 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많은 명을 연구하면서 왜 그럴까? 필연적인 「사연과 요소」의 함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까지 전쟁하 듯 열심히 해야 되는 법임을 잊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영남이 머쓱해서 물러났다.

 

나도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런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쾌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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