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를 체험지향의 사회라고 한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던 시대를 지나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인 시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체험지향에 선호하나? 무엇이 우리를 체험의 매력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체험지향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이 트렌드로서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를 판단할 기준이 될 테니까.

 

체험지향 사회를 만든 가장 큰 에너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화이다. 체험이라는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활동의 에너지를 디지털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찾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사실 디지털화가 우리에게 능동적인 활동성을 부추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디지털화는 우리를 수동적이고 나약한 개인에서 능동적이고 강한 개인으로 변모시켰다.

덕분에 우리는 프로슈머가 되어 생산자적소비자로서의 가치를 발현하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컨텐츠와 스토리를 맘껏 생산하고 유포하기도 한다. 가만히 지켜만보던 수동적인 들러리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고 능동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개인들로 거듭났으니 그냥 가만있기엔 그들의 활동 에너지가 너무 충만해졌다. 따라서 온라인에서의 키워진 활동성의 에너지가 오프라인으로도 전이되어 그들의 다양한 현실적 체험소비를 지향토록 만들어준다.

 

아울러, 온라인의 확산과 발전에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 무엇이든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온라인 밖, 즉 오프라인에서의 새로운 활동에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진화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듯, 온라인에서의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날수록, 반대로 현실공간으로 다시 나오고자 하는 욕구도 급증해간다.

청개구리 같은 현상이라고? 맞다. 원래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온라인에서 사용하지 못한 몸을 사용하기에는 오프라인이 제격이다. 온라인이 간접경험의 장이라면, 이제 오프라인에서 직접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다. 디지털이 우리의 몸을 편하게 만들었다면, 이제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에서 매력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땀 흘리고 육체적인 활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론 디지털, 혹은 온라인의 두가지 면모가 모두 우리를 체험지향 사회에 빠지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접근시각으로는 소비문화의 진화에서도 답을 찾는다. 우리는 소비를 함에 있어서도 물건이 가진 경험가치를 산다. 물질의 풍요가 만들어낸 결과인데, 물질 자체에 만족하고 그 자체를 소비하던 것에서 진화하여 물질이 가진 경험과 감성에 대한 소비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기능 좋은 디카를 사는게 아니라 멋진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기록도 이미지로 남겨둘 수 있는 디카를 사는 것이다. 자동차를 사는게 아니라 자동차로 누릴 즐거운 경험을 사는 것이고, 주거공간으로서의 아파트를 사는게 아니라 아파트에서 누릴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산을 오르고, 어떤 국가를 가는게 여행의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돈을 써서 여행을 간다. 이처럼 우리의 소비는 감성가치이자 경험가치에 대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마케팅에서도 감성마케팅이자 경험마케팅, 체험마케팅 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중이며, 점점더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줄 상품과 서비스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것을 사는게 아니라 욕망을 자극하는 것을 산다. 니즈보다 원츠에 반응하는 셈인데, 상품 자체가 아니라 상품에 담긴 히스토리나 각종 이야기와 경험과 감성, 스타일과 아우라를 사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체험지향의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가 디지털화에서 더많은 것을 누리면 누릴수록 현실공간에서의 체험지향욕구도 커질 것이고, 물질적 풍요가 계속 되는 한 소비문화에서 체험가치에 입각한 마케팅과 그에 입각한 소비행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맘껏 체험하라, 그 체험을 소비하고, 그 체험에서 새로운 기회도 찾아라. 그것이 트렌드를 제대로 소화하는 방법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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