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훈의 여자친구 명은 신미(辛未)년, 경자(庚子)월, 계해(癸亥)일, 무오(戊午)시. 대운 6 이었다.

이런 명은 지구가 어찌되건 「나 혼자만 잘 살면 돼!」 하고 사는 형이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 안 쓴다.

술집 아가씨, 일본인의 현지처, 시집 잘 갔다고 소문났지만 첫 애 낳고 이혼한 경우, 대학교 조교하다가 요정마담이 된 경우 등등으로 대표된다.

 

겨울 계수(癸水)가 신왕한데 인성 또한 넉넉하다. 유치원 때는 공주라고 할만했다. 6세 이후 신축운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 16세에 강북으로 이사하면서 망조가 들었다.

겨울물이 홍수를 만난 격이 됐으니 인연을 맺고 사는 부모, 형제, 친구를 괴로움 속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결혼하면 90% 이상 이혼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41세부터 45세 사이는 생불여사적(生不如死的) 인생이 되기 쉽다.

결혼이 잘못되면 부모, 자신, 자녀를 힘들게 하므로 3대에 걸쳐 누를 끼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조상지업과 관련된 인연의 결과인 것이다.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면 아프리카와 같은 더운 지역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대개는 쉽고 편한 방법으로 잘 먹고 잘 살려고 든다.

그래서 편한 방법으로 술집을 직장으로 하고 성을 파는 여자의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재훈은 어려서 집안의 희망이었다. 2대 독자요, 장자 장손에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니 집안 어른, 친인척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보약도 꽤나 먹었고 책보다는 노는 쪽에 일가견이 있었다.

헬스, 무술 등으로 단련된 근육은 대단했다. 대학에 가면서부터 여자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해 잠자리를 꽤나 밝혔다.

운명적으로도 그러하지만 하는 행동으로 보면 배다른 자녀를 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쌓여만 갈 것이다. 재벌의 행태를 닮아 가는 것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끝간 데를 알 수 없을 만큼 운명풀이가 이어지고 있는데 점심을 끝낸 뒤 오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떻습니까? 안되겠지요?"라는 물음에 <예>하고 짧게만 대답했다.

오사장은 잘 알겠다고 하면서 방여사를 바꿔주었다.

방여사는 그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부탁이 있다면서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하십시오>하고 답하자 “사실은 선배님의 지혜를 탐내왔습니다.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자세한 것은 춘분 날 사장님 방으로 찾아가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일요일의 인연을 정리했다.

 

사무실을 옮길 때가 된 것 같았다. 기분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강남 쪽이 될 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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