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여 심장 박동수가 높이 올라가 있을 때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평가하라고 하면 대부분 바로 첫눈에 보이는 인상착의만을 보게 되어 좋은 이미지보다는 주로 부정적인 면만을 본다고 한다.

반대로 아주 편하게 쉬면서 심장 박동수가 일정수준 아래로 내려가 있을 때는 사진의 인상착의가 처음에는 부정적인 것도 점차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상대방과의 관계는 이렇게 현재 내가 어떠한 상태인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주(四柱)에 나타난 타고난 기질로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떨까.

개인의 현재 마음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 설명해 볼 수가 있다.



첫 번째는 타고난 그릇의 차이다.

타고난 그릇이란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개인의 격을 나타내는 그릇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고 표현하는 그릇을 말한다. 이 그릇이 가득 차 있는지, 중간 정도인가 아니면 거의 바닥인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기본 틀의 크기가 결정되어 진다.

가득 찬 사람은 삶에 대해 보다 낙관적이며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아주 강하다. 굳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신 또한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중간 정도의 그릇은 자신의 의지와 타인의 영향에 골고루 반응을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처해진 자리나 위치에 따라 때로는 능동적으로 때로는 수동적으로 처신을 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가까운 모습은 아주 소극적이며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반응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어 삶의 파동이 아주 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또한 수동적이 되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현재 나에게 주어진 유년운의 흐름 즉 내가 처해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유년운이란 나에게 주어진 주변 환경의 모습이다. 나에게 필요한 운의 흐름에서는 모든 일이 여의하다. 평소에는 기를 쓰고 해도 어려웠던 일들이 좋은 운에서는 쉽게 풀린다.

대표적인 예로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는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원하는 반려자가, 공무원 공부를 하는 수험생에게는 합격이라는 증서를 받을 수 있는 시기이다.

원하는 일들이 자신의 뜻하는 바대로 결과가 나오니 당연히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되며 사물을 보는 관점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운의 흐름도 있다. 뭔가 될 것 같은데 결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자연히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지며 삶의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평소 긍정의 화신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조급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져 삶에 대한 의욕이 저하된다. 당연히 생각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부모와 자녀의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타고난 그릇의 차이와 현재 자기가 바라는 관점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갈등이다.

다행히 부모와 자녀의 그릇의 편차가 심하지 않으면 삶의 갈등 또한 심하지 않다. 그러나 편차가 기대치 이상일 때에는 분명 어머니가 배 아파 낳은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은 어느 순간 낯선 이방인이 되고 만다…



서울대를 졸업 하셨다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진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말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예쁜 딸이었다고 한다. 중학생이 된 후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고 비(非)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딸이 막상 내년에 3학년이 되니 진로의 문제가 고민이 된 것이다.

어머니는 지난 수년간 딸과의 갈등으로 인해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고 한다. 갈등의 원인은 당연히 학업문제였다.

중간정도의 그릇의 어머니와 가득찬 그릇의 딸의 모습은 당연히 생각과 삶의 방식부터가 다르다. 그릇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요 생각의 차이란 바로 그릇을 채우는 방법을 말함이다.

그 방법은 어머니에게는 공부라는 수단이지만 이미 그릇이 가득 찬 딸아이는 공부보다는 다른 삶의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유년운의 흐름 또한 차이가 있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열중하기를 바라는 시기였다. 이에 반해 딸의 흐름은 자신의 생각이 억압되고 통제되는 시기여서 자칫 심하다고 생각이 되면 학업을 중단하고 가출도 불사할 태세였다..

평소 딸과의 관계가 좋았다면 이러한 어머니의 관심은 소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현실을 거부하는 딸에게는 자칫 부담만 가중되어 서로 간에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본능과 현재의 유년운의 흐름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지만 정작 어머니는 조금 더 일찍 아이의 성향과 기질을 알지 못한 것에 아쉬워한다.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답은 어쩌면 간단할 수가 있다. 먼저 서로 마주보는 것보다는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다른 한 곳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진로 결정은 차후 문제이다.

물론 그 역할은 응당(應當) 어머니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