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양귀비 (아편 앵초)는 스스로 죽고  스스로 살아난다.

연중 휴면을 위해 몇 개월씩 땅 속으로 사라진다.   줄기며 꽃 모두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초보 주인들은  식물의 휴면에 익숙치 않아서 모두 죽은것으로 오해한다.  조용히 사라지는 준비없는 이별인 까닭에  어느날 불쑥 나타나서  반가움이 배가 된다.  더구나 꽃의 자태는 순수한데도 고혹적이다.

연잎 앵초 꽃은 뜨거운 햇빛을 쬐면 바짝 타버린다.    그래서 꼭 음지에 심어 즐겨야 한다.   많은 물도 좋아하지 않아 까다로워 보인다.   하지만 오래 사귀어 알고보면 그냥 혼자 놔두어도 잘 성장하고 잘 번식하는 착한 아이다.   주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저 믿고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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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드러내어 행복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연잎 앵초처럼 음지 즉, 그늘에서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지에서도 어여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혹시 먼저 삶을 살았다해서 더 나은 삶의 지침인냥  다그친적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자녀들에게 남보다 뒤처졌다고 해서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심지어 자신의 삶을 강요하거나 자신이 이루지못한 꿈을 대신 구하는 것은 없는지.

그들은 조금 천천히 깊이 갈 뿐.    꽃을  피우지 못하는것이 아니다.    단,  햇빛 보다 그늘이 좋은 까닭이다.   우리는 그런 자녀들에게 자생력이 있다고 보아주자.

오늘은 연잎 앵초에게서 자녀를 배운다.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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