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장(市場; Market)이란 말에 익숙합니다.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 갔던 곳이 재래식 ‘시장’이요. 그곳에 가면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즐비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시장을 가실 때 자주 따라가곤 했습니다. 그 당시 시장에는 오뎅을 직접 튀겨서 만드는 가게가 있었는데, 시장에 가면 언제나 갓 튀겨낸 따끈한 오뎅을 맛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듯 우리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은 재래식 시장이나 대형마트 같은 물리적 공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죠. 철이 들면서 우리들은 시장이란 재화(물건)나 용역(서비스)을 사고 파는 추상적인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죠.




시장이란 개념은 자본주의의 산물입니다. 사실 영어에서 시장(Market)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2세기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정말 물건을 사고 파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로만 쓰였죠. 그러다가 18세기에 들어와서야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매매가 일어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하죠.




고등학교 다닐 때라고 기억합니다. 사회시간에 저는 북한 사람들이 시장이란 개념도 잘 모르고 가격이란 개념도 모르기 때문에 만약 통일이 되더라도 그들을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편입시키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죠. ‘허허, 그 쉬운 시장이란 개념도 모른다니, 공산주의 사회가 사람을 거의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군. 우리는 시장에 대해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말이야…’ 하고 말이죠.




그때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급우들이 우쭐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중에 통일이 되면 복부인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북한의 노른자위 땅을 모두 사야 겠다는 녀석도 있었고, 남한에서 쓰다 버리는 물건들을 수거해서 북한에다 팔아야 겠다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들에겐 시장경제를 제대로 모른다는 북한 사람들이 한없이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과연 내가 시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늘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롤러코스트 시장이라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세계 다른 나라 증시와 달리 급등락이 유독 심해서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죠.




대신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급등락 정도가 독일을 제외하고는 세계 2위라고 하는데요. 83일의 거래일 중에서 3% 이상 주가가 변동한 날이 종합주가지수는 15.7%, 코스닥지수는 20.5%를 각각 차지했다는 거죠. 이는 독일의 3% 이상 변동일 비중(28.1%) 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미국 다우존스지수(5.0%), 나스닥지수(8.8%), 일본.홍콩(각 1.2%) 보다는 상당히 높은 편이란 거죠.




경사가 완만한 롤러코스트 시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들쭉날쭉 조그마한 정보나 뉴스에도 장이 변한다는 거죠. 그만큼 시장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우선 우리나라 증권시장에는 안전판 역할을 해줄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접투자(뮤추얼펀드 같은 투자상품을 이용한)를 선호하죠. 그렇다 보니 투신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에게 자금이 모이고 따라서 그들이 장을 받쳐주는 든든한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밀물처럼 밀려 왔다 빠져 나가는 외국인과 자금 부족으로 체질이 허약한 기관투자자 그리고 대박을 노리며 우왕좌왕 하는 개미 군단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충격이 와도 증시가 출렁거리는 거죠.




또한 작전세력도 여기에 한몫을 합니다. 시중에 작전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작전세력은 빠져 나가고 쭉쟁이만 남게 된다는 이야길 수없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 루머에 꼬여 듭니다. 몇일 상한가를 치다 결국은 하한가로 폭락을 하게 되죠.




롤러코스트인 주식시장을 보면서 저는 ‘과연 우리가 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착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외국인이나, 작전세력들 입장에서는 우리 같은 개미군단이 저의 고교 시절 시장 개념조차 없다고 만만하게 봤던 북한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와 제 고교시절 급우들이 비웃었듯 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우리를 비웃는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죠. 아주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방법이지만요…




부화내동 하지 않고 시장의 개념과 감각을 익히는 것입니다.




너무 뻔한 내용이라고요? 원래 정답이란 게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