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만들면 죽는다 그 세 번째 이야기도 전화가 걸려 오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는군요…




몇 개월 전의 일이었습니다. ‘띠리 띠리~’ 전화벨이 울리길래 받아 보았더니 안내 데스크 직원의 목소리 였습니다.


“김 심사님 손님 찾아 오셨는데요.”


“예, 지금요? 미리 정해 놓은 약속은 없었는데요.”


“투자상담 때문에 오셨다는데요. 아무튼 소 회의실에 계시니까 만나 보세요.”




‘누굴까…’


업무상 외부 업체와의 미팅이 많은 편이지만 미리 약속 없이 불쑥 찾아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의야해 하며 소 회의실로 갔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OO회사의 사장인 OOO입니다.”


“아… 예…. 어떻게 찾아 오셨습니까?”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 왔는데요. 안내 데스크에 물어 보니 이쪽 담당 심사역이라고 해서…”




그날 찾아 오신 분의 이야기는 대충 이랬습니다. 어린이 교육용 컴퓨터 주변기기를 개발했는데 그 성능이 좋아 사업화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양산화 시키는 것만 남았는데 소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창투사로부터 펀딩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조금은 긴장했지만 그래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회사 소개서와 특허 출원증 그리고 주제품인 어린이 교육용 컴퓨터 주변기기의 간단한 브로슈어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저 회사는 언제 만들어 졌죠?”


“예, 개발은 2년 전 부터인데요. 법인 설립은 9개월 정도 됐습니다.”


“회사 자본금은 얼마입니까?”


“예, 제가 3천만원 그리고 동업자 한 분이 2천만원해서 5천만원짜리 입니다.”


“얼마 정도 펀딩을 받고 싶으신 겁니까?”


“양산 비용과 현재 빚 있는 거 정리하고 기타 운영비용해서 약 5억 정도를 받고 싶습니다.”


“만약 저희가 투자한다면 지분은 얼마 정도 주실 수 있나요?”


“예, 경영권 문제도 있고 하니 아무래도 저희 쪽이 대주주가 되어야 하겠죠. 한 20% 지분 정도면 어떨까요?”




자본금 5천만원하는 회사가 20% 지분을 넘기고 5억원을 펀딩 받겠다는 이야기에 저는 그만 할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저, 사장님. 5천만원에 20%면 얼마가 되죠?”


“천만원이죠.”


“그럼 5억원 투자하고 천만원 어치 주식을 받으면 몇 배의 가치로 투자한 게 되겠습니까?”


“예?”


그 사장님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예 50배가 되네요.”


대답을 하자 마자 약간 얼굴이 붉어 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장님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뭔가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사장님 그러니까 투자자가 50배나 비싸게 돈을 주고 주식를 해야 한다는 거죠?”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물론, 주식이 추가로 발생되기 때문에 20%보다 좀 떨어지겠죠.-아래 설명 참조)




흔히들 벤처기업에서 투자를 받을 때 몇 배수로 받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수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람이 1주에 액면가 5,000원하는 주식을 과연 몇 배나 더 주고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죠. 만약 벤처기업이 10배로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면 1주에 5만원(→ 5,000원×10배)을 받고 주식을 발행해 준 것이 되죠.


이러한 배수 문제는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창투사 포함)의 입장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보죠. 자본금이 2억5천만원 짜리인 벤처기업 있다고 해보죠. 물론, 설명의 편의상 현재까지는 이 회사 사장 한 사람이 모든 자본금을 다 출자했다고 하죠. 그럼 지금까지 발행된 주식수는 5만주(→액면5,000원×5만주=2억5천만원)이겠죠.




이 회사에 같은 5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10배수로 투자를 한다면 1주당 5만원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신주를 1만주(→5만원×1만주=5억원)만 더 발행하면 되죠. 그럼 벤처기업의 사장은 투자자에게 17%(→10,000주÷(50,000주+10,000주)≒17%)의 지분만 내어 주면 되겠죠.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이 회사의 가치가 10배씩이나 된다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그래서 2배수로 밖에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1주당 1만원(5,000원의 2배)의 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함 셈이 되죠. 물론, 같은 5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해보죠. 그럼 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5만주(→1만원×5만주=5억원)나 되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한답니다. 그럼 총 발행된 주식수는 기존의 5만주에 추가 5만주로 10만주가 됩니다. 자! 이 벤처기업 사장님은 투자자에게 얼마의 지분을 넘겨 줘야 할까요? 당연히 50%가 되겠죠.




지분율은 곧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돈이 필요로 해서 펀딩을 많이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사장님으로서는 자신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지분율을 선뜻 투자자에게 줄 수는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몇 배수로 투자 받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싼 값에 많은 주식을 확보하고 싶을 것이니 낮은 배수를 요구할 것이고,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사를 높이 인정 받아 가급적 비싸게 주식을 넘겨 주고 많은 돈을 받고 싶으니 높은 배수를 요구하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종종 회사는 투자매력도가 있는데 배수가 맞지 않아 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벤처거품이 한창이던 몇 년전만 해도 50배, 100배의 투자 배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터무니 없었냐는 건 여러분도 이젠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위의 어린이용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신 사장님의 경우를 다시 한번 살펴 보죠. 50배수로 5억원을 투자 받는다는 것은 현재 5천만원짜리 회사를 30억원짜리로 평가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5천만원의 50배는 일단 25억원이고요. 거기다 5억원이 추가로 투자되는 것이니 총 30억원짜리 회사가 되는 거죠.




이를 벤처투자 쪽에서는 ‘마켓캡(Market Cap ; Market Capitalization)이 30억원인 회사’ 라고 한답니다. 마켓캡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이나 등록이 된 회사의 시가총액(→ 총발행주식수×주식 시장가격)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30억원대 이하의 회사가 수두룩합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회사도 주가 폭락으로 겨우 30억원대에서 왔다갔다 하는 회사가 부지기수인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회사를 30억원짜리로 평가해서 투자할 만한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사장님 저희는 도저히 50배씩이나 해서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배수를 줄여서 저희에게 지분율을 너무 많이 내어 놓는 것도 사장님 입장에서 좋지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너무 초창기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저희 쪽에서는 무리가 있고요…”


“…”


“제 생각엔 사장님께서 우선 지인(知人)들을 모으셔서 다문 2억이나 3억정도를 2배수에 라도 투자 받으셔서 운영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규모가 좀 작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어느 정도 회사의 자본금 규모가 갖추어 지고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좀 있을 때 저희를 다시 한번 찾아 와 주십시오.”




아이가 커갈 때는 나름대로의 단계가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빨리 자라라고 이유식을 먹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창투사의 돈이 투자되는 것도 단계가 있습니다. 모유를 수유해야 하는 갓 태어난 회사에 창투사의 돈을 투자하는 것은 시기 상조인 것입니다.




그리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 라는 말처럼 벤처기업 사장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열과 꿈을 담은 회사의 가치야 말로 100억을 줘도 아깝지 않겠죠. 하지만 세상은 냉정합니다. 검증되지 않는 사업에 50배수 100배수로 투자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회사를 만들 때 까지는 힘들지만 버텨 나갈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하며, 또한 타이트한 자금 소요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아이템이라 해도 잠시 한눈 팔다간 회사에 돈이 바닥나 버려서 아주 좋지 않는 배수로 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져 버리기 일수입니다.




“김심사님 그때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어요. 지금 막상 코스닥시장에 올리려고 하니 제 지분율이 너무 작아 걱정되네요. 그렇다고 돌이킬 수도 없고 말이죠.” 하며 한탄하는 몇몇 벤처기업 사장님의 목소리가 문득 생각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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