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습니까? 성공할만한 아이템입니까?”




그날 저녁 10시 가까이 사업아이템에 대해 설명을 하고 토의를 한 후 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려는 멤버 중 한 사람이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 예.”


저는 이렇게 짧게 대답했습니다.




“예? 별로 좋은 아이템 같지 않으신가 보죠?” 그 사람은 약간 실망한 듯이 되 물었습니다.


“아뇨. 그건 아니고… 어디 사업이 아이템 좋다고 성공하고, 나쁘다고 실패하는 건가요. 다 아시다시피 가다 보면 지뢰밭도 나오고 장애물도 나오고… 어떻게 피해가고 헤쳐 나가냐에 따라 다른 거죠. 그래도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이 아이템은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아이템이네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이렇게 별 영양가(?)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창투사 심사역으로 있다 보니 저의 지인(知人)으로부터 ‘아는 선배 또는 후배가 있는데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하니, 한번 들어 보고 컨설팅을 해달라.’ 는 부탁을 간혹 받습니다.




사실 그러한 자리는 상당히 난처한 자리인데요. 업무상 상당히 많은 사업 아이템을 보지만 저의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성공여부를 족집게처럼 집어 낼 자신이 없거든요.




하지만 난처해도 그런 자리엔 가급적 참석을 하죠. 왜냐하면 이번엔 어떤 것인지 호기심에서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제가 하는 일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요…) 또 상대방도 그냥 참고삼아 한번 물으나 보자는 식이니까 부담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죠.




2000년에 한경닷컴이라는 직장에 몸을 담으면서부터 남들이 하겠다는 사업의 사업계획서를 봐야만 하는 업무를 했는데요. 그 때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확신에 찬 벤처기업 사장님이 찾아 와서 강렬한 어조로 사업의 가능성을 피력할 때면 솔직히 모든 사업이 다 될 것 같이 생각되더라구요.




특히, 인터넷…




“당사는 이러 이러해서 수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다양한 업무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모두를 아우러는… 회원의 가치와 커뮤니티의 가치가 곧 인터넷 기업의 가치이므로…따라서 한경과 제휴한다면…”




이와 같은 인터넷 벤처 사장님의 열띤 IR을 듣노라면,




‘아! 저분 말대로 저렇게 하면 과연 돈을 벌릴까?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그래도 저렇게 자신 있는 걸 보니 아마 될 사업일 거야… 그리고 저 사장님께서 가치(Value)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자리에서 돈은 어떻게 버냐고 묻는 다면 나의 천박함이 엿보일 지도 몰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저 사장님의 말에 탄복하는 표정이잖아… 내가 이런 업무에 아직 익숙해 있지않아 여러모로 혜안(慧眼)이 없어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일거야…’


저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제 이런 일을 한지도 햇수로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그때 그 사장님이나 당시 언론에서 떠들던 가치(Value)라는 게 거품이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동안 상당히 시니컬해졌고요.





저는 많은 회사들이 망해가는 걸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IPO에 성공하거나 상당한 매출과 순익을 창출해 내는 회사들도 간혹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회사의 사장님에게 물어 봅니다.


“사장님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그러면 성공한 회사의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정말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운이 좋았죠. 뭐…”




물론,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액면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지뢰밭과 장애물이 나오죠. 그때마다 CEO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이걸 피해야 하나? 그냥 넘어야 하나? 오른쪽을 선택해야 하나? 왼쪽을 선택해야 하나?’ 매 선택의 순간에서 CEO와 조직원들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잘 운영해서 어려움을 헤져 나간 회사만이 성공을 한거죠.




아이템만 좋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성공한 벤처기업 뒤에는 그와 같은 아이템으로 망해간 무수한 벤처기업들이 있으니까요.




물론, 아예 현실성 없는 아이템도 있죠. 하지만 아무리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라 해도 그것만으로 사업이 되는 건 아닙니다. 현실성 있는 아이템에 명확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고 게다가 이를 이끌고 나가면서 부닥치는 장애물과 지뢰밭을 현명하게 피해야 하죠. 그 장애물은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경쟁자나 시장과 기술의 변화일 수도 있고, 또는 이라크 사태 같이 우리가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죠.




아참! 그리고 여기서 성공이란 말은 어디까지나 창투사의 입장에서 본 성공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창투사는 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제 모습을 갖춘 다음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IPO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등록(또는 거래소에 상장)되면 시장에다 주식을 내다 팔고 투자수익을 챙깁니다. 따라서 창투사는 자신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IPO에 가면 그걸 성공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어디 벤처기업 사장님은 그렇나요? 그야말로 IPO부터 진짜 시작인 셈이죠. 주위에 벤처하겠다는 사람중에 이를 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IPO가 마치 벤처기업의 목표인양…




그래서 그런지 지금 코스닥 시장에서는 IPO이후에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지 못해 빈사상태에 이르는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 역시 그들에게는 지뢰나 장애물이겠죠. 역전의 용사(?)이신 코스닥 벤처기업의 사장님은 그래서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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