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죠. 한 나라의 문물이 다른 나라로 건너가면 그 나라의 토양이나 실정에 맞게 변경이 되어 버린다는 거죠.




요즘 재계가 떠들썩 합니다. SK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고, 또 최근에는 두산에서 발행한 BW(신주인수권부 사채)가 오너 4세에 대한 사실상의 편법증여가 아니냐는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대해, 두산에서는 더욱 더 큰 파장을 막기 위해 BW 소각결정을 했다는 소식도 있고요.




그 뿐만 아니라 삼성SDS의 CB(전환사채)나 BW발행이 삼성그룹의 부를 세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은 어제 그제 일이 아닌 듯 싶고요…




그런데 이렇게 재계의 편법적인 재산 대물림을 할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CB와 BW입니다.




원래 CB나 BW는 채권이지만 일정한 시점이 되면 정해진 가격으로 그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금융상품이죠.(저의 칼럼 No.9「CB를 사려면…」이란 곳에도 한번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만…)




물론, 둘은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일단, 이름이 다르구요… ^^; 그 다음 다른 게 :




* CB(Convertible Bonds ; 전환사채) : 주식으로 바꾸고 싶으면 (증권회사를 통해) 그 회사에 채권을 내어 주고 정해진 금액만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 BW(Bonds with Warrant ; 신주인수권부 사채) : 이 채권에는 애초에 정해놓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Warrant)가 붙어 있어서 주식으로 바꾸고 싶을 때는 그 권리(Warrant)를 떼어다가 (증권회사를 통해) 회사에 들이밀고 값을 치루면 주식을 내어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이 캐쉬(Cash)로 값을 치루는 대신 그 채권으로 값을 치루어도 되기 때문에 전환사채랑 별로 다른 게 없다..




이런 점이 다르죠… 암튼, 이런 채권들은 잘만 이용하면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된답니다.




예를 들어 1만원에 주식으로 바꾸어 주는 CB라면 평소에는 이자 잘 받아 먹다가 주식시장이 좋아져서 그 회사 주가가 3만원이 되었다면 얼른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되겠죠. 그럼 1만원에 바꿀 수 있으니 이걸 바로 시장에다 3만원에 팔면 눈 깜짝 할 사이에 2만원을 먹는 거죠.




물론, 주식시장이 나쁘면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으면 이자를 꼬박 꼬박 받을 수 있으니 주식을 들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안전하죠.




그럼 이렇게 좋은 CB나 BW를 회사에서는 왜 발행할 까요?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회사가 이렇게 좋은 조건을 내세우면서 가만히 있진 않겠죠? 그래서 일반 회사채 보다 이자를 좀 적게 줍니다.




그래서 회사는 평소에 이자를 적게 줘서 좋고 투자자는 비록 이자는 적게 받지만 주가가 상승할 때 큰 돈을 먹을 수 있는 히든카드가 있어서 좋은 투자 수단이 되는 거죠.




따라서 금융선진국에서는 투자자나 회사나 둘 다에게 좋은 금융상품으로 잘 활용되어 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CB와 BW가 회수를 건너 우리나라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좋은 투자상품이 아닌 재벌들의 부를 세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등 이상한 탱자로 바뀌어 버린 듯 합니다.




그럼 어떻게 CB와 BW가 재벌들의 편법적인 재산 상속에 이용되는 지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보통 비상장기업을 통해서 많이 이용되는 데요. 재벌 그룹 계열사 중에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않은 비상장기업을 두어 그룹의 다른 계열사 주식을 알게 모르게 사 모아 놓죠. 사실 상장회사의 경우, 회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공시를 통해 일반인에게 알리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비상장기업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죠.




그런 다음 그 비상장회사가 CB나 BW를 발행한답니다. 특히 이러한 것을 발행할 때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공모 보다는 비상장기업이니까 사모로 발행을 하기가 쉽죠. 그런 후 이렇게 발행된 CB나 BW를 재벌 2세가 대부분을 사 모으게 되는 것이죠.




그런 후 언젠가 때가 되면 주식으로 전환을 한답니다. 그냥 시장에서 그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사게 되면 돈도 많이 들고 금방 표가 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쉽게 표가 안나죠. 게다가 애초에 주식 전환가격을 아주 낮게 하면 더 많은 이득이 되겠죠.




그럼 그룹의 계열사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그룹의 2세가 되는 것이니 그 2세가 전체 그룹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결과가 되는 거죠.




이런 일이 빈번하게 생기다 보니 앞서 말한 두산의 경우에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되었죠. 그래서 SK 사태도 있고 요즘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알아서 BW를 소각한 것이죠.




이 소각 소식이 알려지자 두산계열 주가는 급등을 했답니다. 왜냐구요? 일단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감독 당국으로부터 한 칼(?) 먹을 위험이 사라져서 호재로 작용했을 거구요. 또한 이 BW가 언젠가는 주식으로 바뀌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새로운 주가가 발행 되고 시장에 물량이 확 풀릴 거니까 주가 전망이 밝지 않았겠죠. 그런데 막상 소각을 한다는 발표가 났으니 ‘아! 이젠 물량 부담을 일으킬 요인이 없어졌구나…’ 하고 주가가 오른 거죠.




이렇게 재벌들의 부의 세습은 주식시장에서 우리 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CB, BW 이거 증권회사 가면 우리 일반인들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저평가된 좋은 회사의 CB나 BW를 잘만 이용하면 좋은 투자수단이 되죠.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귤로 활용하기에 앞서 신문지상을 뒤 덮는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CB나 BW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탱자와 같이 느껴지는 건 왠 일일까요?




돈 많으신 재벌들이 아마 귤은 싫어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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