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한일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회`라고 하면 무슨 거창한 학회 같지만 실은 일본 대학의 젊은 대학생들과 교류도 하며 아마추어 수준에서 일본에 대해 공부도 하는 그런 동아리였습니다.




이러한 저희 동아리의 특성상 일본인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저의 기억 속에 남는 후배가 한명있었죠. 오사카 출신의 일본인인 그 녀석은 저보다 한 서너살 아래였는데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이었지만,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 또한 대단했죠. 특히, 학습방법으로는 학교 어학당 수업보다는 하숙집에 들어가 많은 학생들과 술먹고 노래부르며 열심히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했죠. 그런데 하필이면 경상도 출신들만 몰려 사는 하숙집을 선택하는 바람에 유창한 한국어가 대부분 경상도 사투리였죠.




"형 댔따 댔따. 고마 머라카소. 내 그래도 `시사저널` 독해 시험에서 만점 받았따 아임미까."


제가 경상도 사투리 쓰지마라고 나무라면 이렇게 역정을 내곤 했죠. 지금은 그 친구 일본으로 귀국한지 오래 됐지만, 아마 얼마 전 한반도를 강타했던 `친구`라는 영화를 봤다면 서울 사람들 보다 더 잘 알아들었을 겁니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그 당시 이런 말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이 친구가 워낙 괴짜라 한번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형 그 진로소주 있쩨. 그거 일본에 가서 야키니쿠야(한국식 불고기집)에 가면 한병에 2만원도 받을 수 있어예."




지금이야 진로재팬이 노란딱지 `JINRO`를 일본에 뿌려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일본인이면 누구나 그 노란딱지의 `JINRO`를 비싼 위스키와 동급으로 여기는 상황입니다만 그 당시가 `92년도 즈음이었으니까 아직은 일본에선 진로가 뭔지 잘 모를때였죠.




그런데 그 때 정말 병따개로 따던 그 옛날의 진로가 일본에 가면 2만원으로 둔갑한다니 저로선 정말 희안하더라구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당시 일본에서 조국의 향수에 젖어 있던 한국인 유학생이나 한국 기업에서 일본현지로 파견된 주재원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더 없이 소중한 술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후배는 일본에 갈 때마다 가방에 진로를 몇 병씩 넣어 가지고 갔죠. 그리곤 오사카 미나미의 야키니쿠야에서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로 "아저씨 한국에서 왔지예, 이거 진로소준데 만오천원에 사이소." 하며 짭짤한 장사를 하곤 했죠.




아마 저의 일본인 후배로부터 만 오천원에 진로소주를 산 오사카의 한국인은 `우와 여기 일본 술집에선 2만원인데… 5천원이나 싸게 샀다`하고 기뻐했을 테죠. 하지만 그 사람이 한국으로 귀국해서 누가 진로소주를 만 오천원에 사라고 하면 오히려 날강도라고 욕만 했을 겁니다.




`한국의 소주가 일본에서 2만원에 팔린다.` 이런 정보만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부지런함만 있다면 누구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한 곳과 다른 곳의 정보나 상황의 차이 때문에 똑 같은 물건의 가격이 차이 나는 현상은 종종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그 일본인 후배처럼 거래해서 이익을 내는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차익거래(Arbitrage)`라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이러한 차익거래를 하려면 단순한 물건의 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거래에 드는 비용이나 세금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겠죠. 하지만 설명의 편의상 다른 부대비용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앞의 일본인 후배의 예에서 보듯이 언뜻 생각하면 이러한 정보의 차이를 가지고 차익거래만 하면 영원히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좋은 차익거래도 영원히 계속될 순 없으며 결국은 정보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가격의 차이는 균형을 이루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볼까요. 감나무 골에 10명의 주민 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감이 많이 열려서 20개나 수확을 했습니다. 한편 윗마을 소나무 골에도 10명의 주민이 사는 데 그 곳에는 감이 하나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감나무 골에서 소나무 골로 가는 데는 교통비 등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죠.




감나무 골에서는 그 해 감이 남아 돌아, 감 1개에 10원하는 반면, 감이 하나도 열리지 않은 소나무 골 주민들은 감 1개에 100원을 주고라도 사먹고 싶어 하겠죠. 이런 사실을 안 `나똑똑`이란 친구가 감나무 골에 가서 감 1개당 10원을 주고 10개를 사다가 소나무 골에 가서 1개당 100원씩 받고 팔았답니다. 정말 짭짤했겠죠. 따라서 `나똑똑`은 아주 쉽게 총 900원{1,000원(→10개×100원에 판매)-100(→10개×10원에 구매)}을 번 것이죠. 이게 바로 `차익거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익거래는 얼마 가지 못합니다. 세상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그리 호락호락 한 곳은 아니니까요.




이러한 소식을 들은 `전뒷북`이란 사람이 역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나똑똑`이 한 것 처럼 감나무 골로 가서 감을 사다가 소나무 골에서 팔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감나무 골에서 감을 사려고 하니 1개당 50원으로 올라 있었죠. 왜냐하면 전에 `나똑똑`이란 사람이 감을 10개나 사갔기 때문에 이미 감나무 골에도 감이 부족하게 되어 예전처럼 10원 주고 감을 살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는 수 없이 각각 50원씩을 주고 감 5개를 샀죠. `그래도 소나무 골 가면 100원이니 남는 장사야…`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감을 짊어 지고 소나무 골로 가보니 이미 소나무 골에서는 감이 남아 돌고 있었어요. 이것 또한 전에 `나똑똑`이란 사람이 감을 10개나 팔았기 때문에 더 이상 감이 필요하지 않았죠. 그래서 감의 가격이 1개당 50원으로 떨어져 있었던 거죠. 결국 감나무 골이나 소나무 골의 감값은 50원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고 `전뒷북`이란 사람은 50원에 사다가 50원에 파는 꼴이 되었으니, 아무런 재미도 못보게 된거죠. 이렇듯 차익거래란 영원히 지속될 순 없으며 차익을 얻고자 하는 거래를 통하여 양측의 물건의 가격의 차이는 다시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국제간의 환율과 금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작용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금리가 상당히 높은데, 미국금리가 아주 낮다면, 똑똑한 미국 사람이라면 금리의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서 달러를 최대한 많이 대출하여 한국에 예금할 것입니다.(여기서 거래비용이나, 기회비용 그리고 법률적인 문제는 편의상 논외로 하겠습니다.) 즉, 차익거래(Arbitrage)를 하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예금금리와 미국의 대출금리 차이만큼 돈을 먹겠죠. 따라서 차익거래자는 우선 대출 받은 미국 돈을 우리나라 돈으로 바꾸려고 하겠죠. 우리나라에서 예금을 하기위해선 당연히 우리나라 돈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돈을 번 사람이 생기기 시작하면 소문이 퍼지고 이로 인해 미국 돈으로 우리나라 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겠죠. 그럼, 당연히 우리나라 돈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되고 따라서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높아 질 것이고 `환율은 인하`하게 됩니다.(다른 말로 `평가절상` 이죠.)




이런 사람이 정말 많아져서 환율이 계속적으로 인하하게 되어 1달러에 100원 어치 밖에 못 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돈을 빌려서 한국에 예금할 수 있는 원금의 절대 액수가 1,2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 들게 되면 아무리 비싼 한국 예금이자를 받아도 환율로 인해 손해 보는 게 너무 많아져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설령 미국의 대출이자가 싸다고 하더라도 환율에 의한 손해가 커져서 전체적으로 손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럼 다시 이런 차익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 들겠죠. 따라서 미국 돈으로 우리나라 돈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테고 따라서 우리나라 돈의 수요가 줄어 들어 다시 환율은 제자리로 갈 것입니다.




또한 차익거래를 하는 동안 우리나라에 예금하는 미국사람 들이 많아 졌을 테고 그럼 그 동안 은행은 예금이 너무 많이 들어 오니 예금이자도 내렸을 겁니다. 따라서 그 동안 높았던 우리나라 금리도 점점 낮아 졌겠죠. 이래 저래 해서 국제적인 금리와 환율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좀 복잡한 이야기지만, 이런 식으로 물가, 금리, 환율은 자국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관계와도 맞물려 아주 복잡한 양상을 뛰게 됩니다.




그러니 많이 배우신 분들도 경제예측이나 경제정책을 세우시는 게 어려운 거죠…




참고로 이 `차익거래`를 일부 경제관련 서적이나 언론에서 `재정거래(裁定去來)`라는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식 용어의 잔재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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