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가 알고 있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었죠. 무슨 벤처회사의 주식을 장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혹시 아는 회사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마침 제가 투자을 검토하면서 알게 되었던 회사와 간접적인 관계가 있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던 회사였죠. 그래서 그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주며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조언(?)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요즘엔 좀 덜하지만 2, 3년 전만해도 벤처라는 `벤`자만 붙이면 무조건 투자를 하겠다고 덤벼들던 시절이 있었죠. 사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자신에게도 그러한 기회가 오면 냉철하게 분석하기란 쉽지가 않죠.




"그래 어쩜 이게 내 인생에서의 몇 안되는 기회일 수도 있어… 한번 해보는 거야… 나라고 대박이 터지지 마라는 법있어…" 뭐 이런식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1,2천 만원정도는 우습게 날아가 버리게 되는 거죠.




제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다 보니 많은 벤처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 한때 이름을 날렸던 벤처회사들이 망가져 있는 걸 보면서 `그 당시 부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꿈을 아주 잔인하게도 깨어 버렸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실 회사가 망해가는 것은 단지 하나의 법인체가 없어져 버리는 것만은 아니죠. 그 회사를 만들 때 회사가 잘되라고 고사를 지내던 사람들의 꿈과 그 회사의 사업 비젼을 보고 투자를 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 회사라는 것은 생명체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생명체란 게 말이죠. 몸이 건강할 때는 외부의 왠만한 자극에 끄떡도 하지 않죠. 물론, 속병도 잘 안걸립니다. 하지만 몸이 약해져 면역성이 떨어지면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쉽게 병이 걸리며 암과 같은 내부에서 생기는 병도 쉽게 걸리죠. 어느 정도까지는 자체 치유능력이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죽음에 이르게 되죠.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생명체는 처음에 태어났을 때는 아주 미약한 존재로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 갈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살아 갈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 자립해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에 설립했을 때의 회사의 모습은 정말로 미약한 존재이죠. 매출 제로(0)에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1억… 따라서 당기 순손실 1억원 적자… 뭐 이런 식이죠. 이것만 봐서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겠죠. 하지만 투자자 들은 이 회사가 빠른 시일내에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서 많은 먹이를 물어다가 올 것이라고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이죠. 갓난아기때 좋은 우유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좋은 교육시켜주면 나중에 무럭무럭 자라서 스스로 사냥을 해서 투자자에게 돌려 줄 것이라 믿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제가 앞서 말했던 거의 다 망해가는 회사들의 특징은 그 반대였던 거죠. 미래의 인터넷 시대를 주도할 회사인냥, 다가오는 정보통신 혁명의 선구자인냥 출범 당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많은 자금을 투자 받아 시작한 회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던 거죠.




좋은 우유 먹고 좋은 옷 입고 부자로 살면서 폼만 잡았지, 어떻게 하면 스스로 사냥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방법은 찾지 못했던 거죠. 그러니 배고프면 또 투자자들에게 추가 펀딩만을 요청했던 거죠.


물론, 사냥 방법 찾기를 게을리 한 회사도 있는 반면 열심히 찾았지만 실패를 한 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둘다 외부의 도움없인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신세인 거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말이죠.




코스닥 시장이 붕괴되면서 벤처기업에 돈을 대겠다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 들면서 이들은 서서히 굶어 죽어 가게 되었던 거죠. 이렇듯 이제는 몸이 약해질 때로 약해진 회사들은 외부의 자극을 받거나 내부의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 가고 있는 거죠.




누차 말씀드리지만, 회사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회사가 빈사상태에 이르게 되면 몸이 강할 때는 별 것도 아닌 일들로 인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거죠.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거죠.




사실 유아기를 벗어나서도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자연히 소멸되는 것이 자연계의 섭리죠. 그래야 건강한 생명체가 살아 남아 강한 유전자를 남기는 거죠.




회사도 생명체라면 일정시점까지 스스로 살아 갈 수 있는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곳은 자연히 파산되어야 마땅한 거죠. 그래야 경쟁력 있는 회사가 더욱더 잘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들은 계속 매달립니다. 살고 싶으니까요…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돈을 하루 아침에 날리기가 안타까워서, 정부는 경제에 미칠 파장 때문에 이미 자생능력을 잃은 회사에게 계속해서 우유를 주고 옷을 입히는 것 같은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이렇듯 오히려 경쟁력 있는 회사에 투자될 수 있는 돈이 자생력 없는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예는 우리 주위에서 수없이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죽기를 거부하는 유기체는 결국 암세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전한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죽을 것은 죽어야 되는데 말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회사는 생명체입니다. 혹시 여러분 들도 앞에서 말한 저희 선배와 같이 장외에서 거래되는 벤처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면 이 회사가 과연 스스로 먹이를 물어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가를 먼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비단 장외 주식이 아니라 상장, 등록기업의 주식도 똑 같은 거죠.




참고로 주식에 투자할 때 `그 기업의 가치(Value)가 얼마냐?` 에 따라 적정 주가가 산정되곤 합니다. 이것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죠. 그 기업은 얼마나 많은 먹이를 물어다 오느냐… 하고요..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좀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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