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아 요즈음 안녕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요? 맞습니다. 정현준게이트에 열린금고까지 이래저래 뒤숭숭합니다. 그려..


이 모든 게 금융하고 관계가 있죠. 역시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이란 게 인체의 피와 같습니다. 이게 부드럽고 시원시원하게 흘러야지 어느 한곳으로 몰린다든지, 가서는 안될 곳에 억지로 간다든지 하면 큰 병이 나게 되고 심하면 죽게 되는 거죠.




암 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돈과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융기관의 가장 근본적인 생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제재가 그렇듯 돈에도 가격이 있죠. 그게 바로 이자입니다. 이것을 비율로 나타낸 게 이자율이죠. 즉, 금리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단기로 빌리는 금리보다 장기로 빌리는 금리가 더 높죠. d까요. 그야 여러분들도 누가 오늘 돈을 빌려 내일 갚는다면 선뜻 빌려 주겠지만, 1년 후에 갚는다면 잘 안 빌려 주겠죠. 굳이 빌리겠다면 이자를 더 받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보통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높게 되지요.




그런데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전에도 한번 설명했지만 빌린 돈을 남에게 빌려 줘서 먹고 산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예대마진(= 대출이자 - 예금이자)으로 수익을 올리죠. (참고로 은행이 돈을 빌리는 방법은 예금을 받는 것 외에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거나, Call자금(금융기관 간에 초단기성으로 빌려주는 돈)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은행의 딜레마가 있는 겁니다. 뭐냐 구요?




여러분이 은행장이라 해도 당연히 은행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돈을 빌릴 때(자금조달)는 싼 금리로 돈을 빌려줄 땐(자금운용) 비싼 금리로 하려고 하겠죠. 좀 전에 설명했듯이 일반적으로“장기금리>단기금리” 입니다. 따라서 자금조달(돈 빌림)은 단기로 하고, 자금운용(돈 빌려줌)은 장기로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금리가 3개월에 5%, 6개월에 7%, 1년에 9%라고 하면 제가 은행장이라 해도 1년에 9%이자 받고 100만원을 빌려주고 그 돈은 3개월에 5%이자 주고 조달하는 거죠. 그럼 3개월 후엔 100만원 빌린 거 갚아 줘야 하는데, 이미 1년짜리로 빌려 줬으니 어떻게 갚느냐구요? 그야 3개월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3개월에 5%로 빌려서 갚으면 되죠. 그 다음 3개월 후에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이런식으로 4번만 하면 금방 1년이 지나고, 그럼 `9% - 5% = 4%` 즉, 1년에 4%의 예대마진을 먹는 겁니다.




그게 무슨 딜레마냐 구요? 당연히 딜레마죠…




함 생각해 봅시다.




첫째, 요즈음과 같이 현대건설 같은 대기업이 휘청거리고, 불법자금대출 등의 악재가 계속되어,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3개월에 5%이자 받고 은행에 돈 빌려 줬던 사람이 다시 3개월 후에 그 돈을 쉽게 빌려 주겠습니까. 특히, 열린금고 사태라도 함 보고 나면… ‘금쪽 같은 내돈 은행을 우째 믿고…’ 하면서 돈을 빼버리려 하겠죠. 그럼 은행은 돈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은행이 돈 창고도 아니고 그 금쪽 같은 돈은 이미 1년짜리로 대출이 된 상태입니다. 즉, 은행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겠죠… 이러한 위험을 유동성위험(liquidity Risk)이라 합니다. 은행은 항상 이러한 위험을 안고 영업을 하는 겁니다. 물론, 유동성 위험을 없애기 위해선 자금의 운용기간과 자금의 조달기간을 맞추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은행은 예대마진을 못 먹게 됩니다. 3개월에 5%에 돈 빌려서 3개월에 5%에 돈 빌려주라면 은행이 무슨 자선사업가라도 됩니까 그 짓 하게…




둘째, ‘97년 말 IMF때 처럼 경제상황이 나빠져, 시중에 돈이 궁해지고 금리가 막 올라 가게 되면 사람들은 짧게 예금을 하려고 하겠지요. 왜냐면 하루 자고 나면 이자가 또 오르고 하는데 1년 넘게 장기로 예금을 해 놓겠습니까? 물론 예금하는 시점에선 3개월짜리가 5%이고 1년짜리가 9%라 해도 금리가 자꾸 올라가면 3개월 후엔 다시 3개월짜리가 7%가 되고 1년짜린 11%가 되고, 다시 그 후엔 3개월→10%, 1년→18%… 이렇게 올라 가겠죠. 그럼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1년에 9%로 예금하느니 3개월씩 끊어서 5%먹고, 7%먹고, 10%먹고… 이렇게 할 것 아닙니까…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느냐고요?




잘 들어 보세요. 은행은 예대마진을 많이 먹으려고 100만원을 3개월씩 빌려다가 1년짜리로 10%받기로 하고 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나빠져, 금리가 오르면, 3개월 후엔 5%가 아니라 7%가 되고 자칫 잘못하여 금리가 폭등이라도 하면 3개월 후에 15%가 되어 대출해준 10%보다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역마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렇듯 자금조달과 자금운용의 금리 결정 기간이 달라서, 자금조달의 금리(이자율)를 다시 책정하는 시점에서 최초의 자금운용의 이자율보다 높아지게 되어 은행이 입게 될 손해를 이자율위험(Interest Rate Risk)이라 합니다.




여러분들은 아직도 구조조정이 안된 은행 및 금융기관 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모든 게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해서 부실화 되고 따라서 금융기관에 빚을 못 갚아 저렇게 힘들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항상 이 두 가지 위험 즉, 유동성위험 과 이자율위험을 가지고 영업을 합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이 위험들과 계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겁니다. 즉, 적당한 선에서 시장상황에 맞게 밀고 당기고 하면서 수익을 얻어야 되는 거죠. 이를 갭(GAP)관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이 위험들을 너무 간과 했었죠. 동방불패가 아닌 금융기관불패의 신화를 너무 과신했던 탓이죠. IMF이후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몇몇 은행들이 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을 한다고 하지만, 그 동안 워낙 피해들이 컸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진 두고 봐야 겠죠.




물론, 작금의 사태가 금융기관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선진금융기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금융기관 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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