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에게 소개받은 구리 외곽에 있는 다육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육농장 이라기 보다는, 다육식물은 오랫동안 길러오신 것들을 농장 한 켠에

잘 맞게 배치해 놓으신 것이고, 주로 판매하시는 것은 귀엽고 앙증맞은 옹기들이었습니다.




봄은 고양이로다
봄은 고양이로다
아직은 추위가 가시질 않아 농장 안은 난로를 피우고 계셨는데, 그런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주신다고
하시기에 몸도 녹일 겸 난로 근처에 가보니, 고양이 두 마리가 동글동글 말린 자세로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두 마리 고양이들의 이름은 각각 ‘달’과 ‘별’인데, 원래 기르시던 고양이가 아니라,
길 고양이들 이었다고 하는군요..



사장님이 처음 농장을 만들게 된 것은, 삼년 전 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이곳에서 터전만 잡으려고 하셨었대요..
많은 것을 잃은 후에 오신 곳이 지금의 농장이었기에, 다른 것은 기대도 안하셨었답니다…


봄은 고양이로다
봄은 고양이로다
그 때 농장은 사람도 없이 버려져 있었지만, 사장님은 주변에 남들이 쓰다 버린 것들과 잡다한
지저분한 것들을 수리하고 닦아서 농장에 하나씩 채워 넣으셨는데, 그 때 달이와 별이도 함께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달이와 별이가 농장에 있는 식물들을 너무나 좋아한다는거예요.

얘네들의 행동을 보니…진심으로 즐기고 있더라구요..



아름다운 음악이 주변에 있고, 시간을 지내며 커 온 다육식믈들이 예쁘게 주변에 있는 것을 보면서,
달이와 별이가 잘 살아가고 있는가 보다 생각하니,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시가 있습니다.

1932년 발표된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 입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봄은 고양이로다
다육을 느끼고 있는 별이



간혹 식물들 앞에 가서 입도 맞추고, 눈도 지그시 감는 고고한 모습을 보니 공기가 따뜻해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구나…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농장이었지만,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
해지면 유채도 피고, 주변이 아주 예뻐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있었지만 아직 보지 못한 변할 모습을 생각하니, 그 때가 되면 다시 한번 달이와
별이를 만나러 이곳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