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가게 뒷담에 분재화분 하나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앙상한 가지를 옆으로 쭉 뻗은 채, 힘없이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버려진 유기견 같은 불쌍한 모습이었었습니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업둥이 화분은 그렇게 겨우내 공간 한 구석으로 놓여져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죽은 화분이라 생각해서, 물도 주지 않았을 뿐더러, 햇빛을 보지도 못했었고, 간혹 오고 가다가 창고 문틈으로 맑은 공기를 쐬었을 정도였던 업둥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야 말았습니다.
봄이 오는가봐요..
바로 매화였습니다….



어제는 입춘이었는데도 기온은 영하10도였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었던 어마어마하게
추웠던 날이었지요.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잎보다 먼저 꽃을 보여주며, 자신이 건장했슴을
드러내는 모습은 마치 절치부심하고 겨울을 난,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려는듯이..

고결,인내,충실, 맑은마음이라는 꽃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추운 내내 쓸개를 먹고 눈을 부릅뜨는 비장한(설마 원수를 갚거나 하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요..) ..그래서 사군자였구나..하고 감탄하게 된 매화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구석에 놓여있긴 했어도, 오가며 가끔씩 봐주었던 시선이 그 아이의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주었었나
봅니다.

해서… 언제나 느끼게 되는 것은,

자연은 말은 못하지만, 그대신 보여준다는 것 말입니다.



지난 겨울 눈내리던 어느 날, 만일 제가 업둥이화분을 귀찮아하며 뿌리 채 뽑아버렸었다면, 그 나무가
매화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 매화가 피면서 얼마나 고운 향기를 내주는지도 몰랐을것입니다.

아마 올해는 매화가 가져다 준 고마운 꽃망울로 따듯한 차를 마실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참 미안하기도하고, 대견스럽기도 했던 2014년의 입춘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