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면 풍천면에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돌아나간다 해서 강 <하(河)>에 돌아갈 <회(回)>라 불리 웁니다. 강 건너편에 남산(南山)이 있고 마을 뒤편에는 꽃 봉우리 같은 화산(花山)이 있습니다. 또 강 북쪽으로는 암벽인 부용대(芙蓉臺)가 병풍같이 강을 타고 펼쳐져 있습니다. 부용대 위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한 송이 연꽃이 강 위에 떠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 형국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 많은 고관들을 배출한 양반고을로 유명합니다. 마을에는 조선시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고택들이 총 127가옥이나 있습니다. 그중에 12가옥이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고풍스런 고택들 사이로 걷다 보면 골목 모퉁이에서 의관을 정재한 선비가 나타날 것만 같은 곳입니다.

 

 이 마을엔 항상 관광객이 붐빕니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이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집이 있습니다. 바로 한류스타 류시원의 본가 담연재(澹然齋)입니다. 류시원의 인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기도 하지만 담연재는 고택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특히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동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침 여왕의 생일이었는데 바로 이 담연재 마당에서 생일잔치를 하여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 대문 오른쪽 벽에 이상한 돌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구멍 안에 엽전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노자(路資)가 떨어진 나그네를 위

한 배려입니다. 그런데 구멍의 크기가 어른 손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습니다. 욕심을 내어 많이 움켜쥐면 손이 빠지지 않도록 만들어 진 것 입니다. 다음에 올 어려운 사람을 위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나눔에 대한 지혜가 참으로 깊고 오묘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들 핏줄에는 나눔의 유전자가 깊숙이 흐르고 있습니다. 계, 두레 같은 공동체 정신이나 경주 최부자나 제주 김만덕할머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그렇습니다. 심봉사가 어린 심청이를 키울 수 있었던 젖동냥이 그렇고 또 담 너머로 이웃집에 새로 담근 김치를 건네던 어머니의 정(情)이 바로 그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모습인 것 입니다. 

  하회마을을 나오는 둑방길을 따라 흐르는 낙동강 물을 보면서 우리 핏줄 속에 도도히 흘러내리고 있는 함께 사는 지혜인 <나눔>의 강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김도영 20130520 (dykim99@nate.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