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주일째입니다. 아내가 알을 낳고 진이 다 빠져 몇 시간 후에 죽은 뒤부터 지금까지 먹지도 졸지도 않고 알을 지켜왔습니다. 두꺼비나 큰 물고기들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껏 한시도 쉬지 않고 입과 가슴지느러미를 흔들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정신이 아득하지만 곧 깨어날 새끼를 위해 말라비틀어진 몸과 너덜너덜한 지느러미를 계속 움직이며 버티고 있습니다.”

일주일간의 사투로 드디어 새끼가 태어날 때쯤 아비는 탈진하여 결국 배를 허옇게 드러내며 숨을 거두고 맙니다.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천적들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방법은 단 하나. 내 몸속에 알을 낳아 품는 것 입니다. 알을 품고 몇 날이 지나자 새끼들이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새끼들이 내 몸을 파먹기 시작합니다. 내 몸을 주고 자식들이 건강히 살아갈 수만 있다면야 내 어찌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겠습니까?”

결국 새끼들은 한 점 남김없이 어미의 살을 파먹고 밖으로 나옵니다. 어미의 시커먼 껍질만 물속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우렁이 어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오월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버지,어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자신의 살점을 기꺼이 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알에서 깨어나 아버지를 찾을 때엔 이미 우리곁에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찾을 때엔 우리를 위해 몸을 다 주시고 빈 껍질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곁에 계실 때엔 깨닫지 못하고 큰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우리 곁에 계시지 않으니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는 ‘인간의 유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사내에서도 서로간의 유대가 상실되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끝없는 경쟁만이 남게 됩니다. 그래서 팀웍 향상이니 기업문화 강화니 하는 명칭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해병대 캠프에까지 함께 다녀오면서 유대감을 높이고자 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공동체는 가족에서 시작된다는 것, 유대의 뿌리는 식구들 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을 내어주신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지도 못하면서 제아무리 크고 훌륭한 일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부모님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식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전화드립시다. 이번 주말에 찾아 뵙시다. 그리고는 작고 여위신 그분을 힘껏 안아드립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면서 말이죠. 가시고기 아비와 우렁이 어미는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 김도영 20130506 (dykim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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