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1644 4046으로 찍힌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하도 보이스 피싱과 스팸 전화가 많아서 “여보세요?”하는 예쁜 여자 목소리에도 대답을 않고 그냥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왜 대답을 안 해 이 씨발”하고 끊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 혼내주려고 바로 다시 동일한 번호로 전화했다. 그랬더니 “입력하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녹음된 응답이 나온다.




내가 이 전화에서 하자는 대로 했으면 최소한 개인정보 유출에 최악의 경우 돈을 있는대로 다 털렸을 것이다.




이런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매일같이 하루에도 수통씩 온다.




도대체 대한민국 전화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이렇게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하시고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는 전화번호로부터 수시로 전화가 걸려 올 수가 있나?




개인정보보안은 국가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는데 이런 보이스 피싱이 돈 없는 사람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데, 이런 사람만 귀신같이 골라서 은행계좌번호까지 다 알고 사기를 치나?




대한민국 인구와 주변의 보이스 피싱 전화 빈도로 미루어 얼핏 보아 하루에도 수천 만 건의 보이스 피싱 범죄가 시도되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백 건의 보이스 피싱을 시도한다고 가정하면 보이스 피싱의 고용창출효과(보이스 피싱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도 추산된다. 이 정도면 이미 국가 주요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들의 사업모델도 날로 창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1~4월 경찰에 접수된 전화 금융사기 사건이 1천402건(피해액 1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485건(피해액 274억원)보다 43.6%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연 인출제ㆍ대포통장 관리시스템 주효" 덕분이라고 한다(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2013/05/15). 하지만 이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는 사상 최고의 가계부채로 막바지에 몰린 악성채무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틈새시장으로 하여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4대악 척결, 인터넷 포르노 검열 다 중요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보이스 피싱과 개인정보 해킹 등 정보보안 범죄가 이들보다 결코 덜 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개인파산의 위기에 몰린 사람의 절박한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등 죄질이 아주 나쁘다. 보이스 피싱을 근절하기 위하여 보다 첨단적으로 진화된 방법과 제도의 마련이 요구되고 형량을 크게 높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보이스 피싱 산업의 낙원인가? 보이스 피싱이 재미있나? 코메디 소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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