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환경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질병의 치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영위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흡연율이 감소하고(1992년 75% → 2008년 40%), 규칙적 운동율(서울: 2006년 32.1% → 2008년 38.4%)과 정기건강검진(서울: 2006년 31.7% → 2008년 42.1%) 등 건강관리 실천이 증가하였다. 또한, 노인의식이 변화하여 가장 중요한 노후 준비로 경제적 준비(44.7%)보다 건강한 신체(50.1%)를 꼽고 있다(보건복지가족부, 2008; e-서울통계 2009).





변화하는 의료수요의 충족을 위한 미래적 의료 신기술로서 최근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care: 유헬스)가 부상하고 있다. 유헬스란 언제 어디서나 센서, 자동진단 알고리즘, 인공지능 및 유무선 네트워킹 등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ICT 기술을 통해 제공되는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이다.





유헬스는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진단과 치료’ 중심이었던 의료서비스가 이제는 ‘예방과 관리’ 중심의 맞춤형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전달체계가 보다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큰 병원으로 옮길 때 진료기록이나 영상자료를 환자가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환자의 요청에 따라 네트워크로 전송해 주면 된다.





따라서 유헬스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특히 노년층의 만성질환 관리를 고효율,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악화되고 있는 의료 및 건강 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서 진료를 위한 교통비와 소요시간 등 간접비용이 절약된다. 우리나라 도시의 상황은 연평균 근로시간이 2,357시간으로서 OECD 국가 중 최장인 반면(OECD, 2008), 대형병원 외래진료 대기시간은 평균 46분이어서, 근무시간 중 병원 방문하기가 힘들다(김승희 외, 2008). 도서/농어촌 지역의 상황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수도권 및 도시지역에 집중되어 있어서 의료/건강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해 불평등이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시스템 상 민간주도로 의료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건의료 인력의 지역 간 불평등의 해소에 한계가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8).





유헬스는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을 크게 활성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온 의료관광객이 증가하여 2012년 기준 15만 7000명에 달하고 있지만, 외국환자 유치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국(2010년 156만 명), 인도(2010년 73만 명), 싱가포르(2010년 72만 명) 등과 비교하면 국가 인프라와 의술의 수준으로 볼 때 상당히 안타까운 숫자이다. 유헬스를 통한 해외 환자 유치/관리가 한류열풍의 접목과 더불어 활성화의 유력한 대안이다.





유헬스 활성화의 핵심요건은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를 위한 법‧제도의 마련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간 원격진료만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수년간 원격진료 및 서비스 중계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 제34조)을 추진하여 왔다. 이것은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여 online 진단, 처방, 처방약 택배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원격의료 및 유헬스의 국내 정착을 위하여, 국내 상황에 적합한 관련 법‧제도의 마련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의 선택적 허용이다. 즉, 원격진료는 1차 개원의, 야간/응급진료, 해외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의료시장 참여자들과 역할분담 및 수익분배 구조를 도출하는 것이다. 1차 개원의 :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2·3차 병원 : 야간/응급환자, 해외환자의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및 유헬스 솔루션/시스템 개발. 기업 : 유헬스 시스템 및 의료기기 개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가 2·3차 의료기관 특히 대학병원에서 시행되면 큰 혼란이 생긴다. 먼저 의료시장이 왜곡된다. 즉 원격의료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자기 병원 환자 pool을 확보하는 의료시장 선점 및 유지의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 지금도 KTX의 개통 이후 지방의 환자들이 서울의 유명병원에 몰리고 있는데 이러한 쏠림현상이 크게 심화될 것이다.
 
다음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다. 현 시점에서 유헬스의 기술 수준은 1차 진료만 가능하다. 따라서 2·3차 의료기관이 1차 개원의들이 진료해야 할 질환을 진료하게 되는 것이다.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가 가능한 것은 과학이 더욱 발달한 먼 훗날의 일이다. 중증 환자에게 물어 보라! 기계에게 진료 받고 싶은가 아니면 의사의 얼굴을 보고 진료 받고 싶은가?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회적 의료보장제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을 자랑하고 있다. 더욱이 저소득층 의료보호대상자는 무상의료, 희귀병 등 차상위계층은 의료비의 대폭 절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와서 의료관광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연계산업으로서 호텔관광산업, 요식업, 문화산업, 쇼핑업계, 외국투자유치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를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응용기술과 의술을 접목한 유헬스와 원격진료로 국민들에게 더욱 진화된 고효율저비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관광산업의 활성화로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원격진료 및 서비스 중계 관련하여 의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니즈(needs)는 무시하고 일부 의료서비스·기기 공급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료법 개정안, 전체 의사의 10%도 안 되는 일부 유명 대형병원과 대기업 위주의 의료법 개정안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 하고 국민건강/질병 관리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미래IT강국전국연합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길홍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