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존경받는 기업은 기업가 정신의 뿌리 위에 줄기와 잎이 자라난 것이며 그 핵심은 도전정신과 혁신성이다. 더불어 이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문화를 꽃 피우며 사회가 재충전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탐관오리들에게 가혹하게 수탈당하고 일본 제국주의 통치 35년과 6·25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그 후 대한민국은 60여 년 동안 세계의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으로 성장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였다. 그 선봉장은 전쟁과 같은 세계 시장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일천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하여 영리하게도 세계시장의 market leader가 아니라 2nd strongest 혹은 excellent follower 전략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며 종자돈을 키웠다. 심지어 세계 초일류기업과 법정소송을 벌려서 기업 브랜드 가치를 초 스피드로 성장시키는 전략도 구사하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기업 애플을 상대로 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로 깜짝 도약하였다. 특허소송에서는 결과적으로 참패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세계 1위 기업과 특허소송을 진행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3위가 Google, 4위 Microsoft, 5위 Walmart이다.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대기업 위주 정책 기조도 든든한 뒷받침이 되었다. 고환율 등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보장해 주었으나 국민은 물가인상, 내수 위주의 수입 중소기업은 영업이익 악화를 감내해야 하였다. 외환위기 등의 경제위기에서는 국민 세금을 수혈하여 부실을 덜어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경영철학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이다. 정부와 국민의 배려로 시장에 구축된 절대적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를 상대로 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유용 행위, 부당 단가인하, 대금결제 지연 관행,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행위뿐만 아니라 허점을 보이는 기업의 사냥까지 칼만 안 든 강도가 따로 없는 ‘시장폭력’은 현재에도 성황리에 지속 중이다. 그리고 이런 행위에 대한 제제를 이들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제"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와 공정·투명한 시장거래의 틀·제도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재벌들이 공정거래 제도의 정립을 규제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천민자본주의 속성에 찌들어 있는 탐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대한민국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자본과 기술 infra의 축적을 달성하였다. 이제는 초일류 세계 중심국가의 건설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창조경제가 선택되었고 기업들이 성공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들도 성장하는 길이다.




그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한 모방경제와 공정거래를 하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천민 자본주의적 경영 관행은 동네 뒷골목에서는 두목 노릇을 할 수 있지만 큰물에서는 안 통한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을 훌륭하게 benchmark해서 매출이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연 200조를 돌파하였다. 하지만 순익은 애플에 뒤지는 것이 시사하는 바 크다. 결국 삼성은 세계시장의 리더 애플의 hardware 하청업체인 것이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도 연전연패하다가 최근 들어서 승리의 짜릿함을 맛보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게서 받는 배상액은 애플에 배상해야 하는 액수에 비하여 새 발의 피이다.




수출 드라이브를 위한 고환율 정책, 정책금융 등 대기업 위주 정책도 세계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영업이익이 20% 가량 되어서 생산성과 수익성이 일본보다 크게 우수하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원화가 20% 평가절상되거나 엔화가 평가절하되면 경쟁력을 잃고 적자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현 주소이다. 지금의 엔저 파동에서 잘 볼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실적은 당분간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수출이 엔저 장벽에 막혀 기업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더욱이 2008년 미국의 자산 디플레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로 인하여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구매력 감소와 경기침체, 성장률 둔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로 인한 수출 감소, 내수 부진에 의한 경제침체, 이로 인한 저성장의 늪에서 생명줄은 기술 창조에 이은 수요와 시장 창조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수요와 시장을 창조하며 인류 문명의 진화를 선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삼성, LG는 애플, Google 등 세계 소프트웨어 리더들의 hardware 하청업체, 따라서 매출은 커도 순익은 적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베껴 만든 상품·서비스로는 세계시장의 market leader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 창조경제가 세계 전략 제품 시장 쟁탈전을 주도하려면 기술·서비스 개발과 신규 사업 진출이 절대적이다. 이를 위하여  R&D 투자와 기술적 혁신, 창의성에 대한 대가 지불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은 생태계 경쟁이다. 공정한 수익분배 없이 경쟁력 있고 충성스러운 생태계 구축은 욕심이다.




결론적으로 창조경제, 당면 경제 위기 극복과 경제 민주화를 묶는 정책이 경제 도약의 해법이다. 기업의 창조경제 투자 활성화가 경제성장의 돌파구이다.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성장,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틀 안에서 기업 투자 활성화와 성장이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현재의 총체적 경제위기는 이윤의 불공정 분배에 의한 양극화 심화, 이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경기침체로 야기된 것이다. 대기업이 수익을 독차지한 후 현금을 창고에 쌓아 놓고 있고 국민들은 소비할 돈이 없는데 어떻게 경기가 활성화되나?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서민의 구매력 향상으로 내수 진작, 경기 부양에 이어 기업의 수익성 증대에 이바지하는 상생의 길이며 이는 기업 투자·고용 활성화와 성장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수익분배 비율을 높이자는 경제 민주화가 오히려 경제를 짓누르는 규제로 변질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것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 민주화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하청이 위축될까 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즉 그 동안은 대기업이 협력·하청업체에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납품단가를 책정하다가 단가인상을 해 주기 싫으니까 발주를 안 낼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자독식 상거래 문화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경제 활력 복구를 위해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단기적인 투자대상을 생각하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엔저 장벽으로 기업이 투자할 곳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때가 기업이 장기적인 시장 주도 전략에 투자할 때이다. 즉 비축한 현금으로 미래 수요와 시장창출을 위한 기술·상품을 창조할 때이다. 세계적인 미래 market leader로 애플과 Google의 경쟁을 예상하는 이유가,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대기업보다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하고 있으며 이를 투자하여 미래 상품·서비스를 열심히 창조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미래에도 애플이나 Google이 대박을 낸 모델을 가져다가 막강한 변호사, 변리사 군단을 동원해서 특허권을 요리조리 교묘히 피해가며 베껴서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는 대한민국은 품위 있는 명품국가이다.




대기업의 창조경제 투자는 또한 경제 활력의 큰 물줄기이다. 이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경기회복에 이바지한다. 정부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기업 투자 활성화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기술 투자에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강성 노조와 비현실적, 반시장적인 행정 규제 등 기업들의 투자 저해 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권도 비현실적 이념 추구, 특정 이익단체의 대국민 로비스트의 역할에서 탈피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똑바로 보고 경기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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