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물에 젖은 낙엽인 것 같아요.. 제 옆에 착 달라붙어 도대체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네요.. ”

늦가을 떨어진 비에 젖은 낙엽은 아무리 빗자루로 쓸어도 땅바닥에 착 달라붙어 쉽게 비질이 되지를 않는다.

남편이 의사인데 돈 버는 일에는 영 재주가 없다며 왜 그런지….

또 하나뿐인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한 의사부인의 한탄이다.

대학 졸업 후 아는 분의 소개로 의사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용하다는 곳을 다녀온 친정어머니는 궁합(宮合)이 좋아 이 남자와 결혼하면 정경부인(貞敬夫人)처럼 살수가 있다고 하였단다.

“15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저에게 그저 비에 젖은 낙엽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나는 貞敬夫人 처럼 살수가 있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허덕거리고 사나요..” 헛웃음을 짓는다.



개원(開院)과 폐업(廢業)을 수년 째 반복하는 남편은 이미 의사로서의 경제적인 富는 기대한지가 오래다. 남편의 이러한 행태는 마치 여름의 태풍처럼 잊혀 질 만하면 한바탕 분다고 한다.

태풍은 오히려 바다를 정화시켜주는 긍정의 효과도 있지만 개원과 폐업의 반복은 가정에 오로지 빚잔치만을 남길 뿐이었다…

의사인 남편은 왜 이렇게 개원과 폐업을 반복할까..

인성(印星)의 부재(不在)와 쌍귀(双鬼)가 남편을 주기적으로 꼬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위에서 팔랑귀라고 하는 귀가 얇은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구나 개원을 해도 기대했던 만큼의 환자가 오지를 않는다. 자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전문의를 딴 후 의사의 진로는 대부분 두 가지 방향으로 정해진다. 한 가지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개원(開院)을 하는 경우와 병원에 페이 닥터(Pay doctor) 즉 월급의사로 취직을 하는 경우이다.

이 같은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는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자리다. 사실 누구나 개원한다고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자리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이 자리가 약하거나 없으면 남편과 같이 개원과 폐업을 반복하게 된다.



죽기 살기로 공부했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어쩌면 전문직 종사자 중 자살자 1위가 의사라는 통계는 삶의 아이러니가 아닌, 인생살이에 있어 타고난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아내는 의사부인이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급기야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친정어머니께서 자신의 딸이 貞敬夫人이라고 했던 사주의 근거가 궁금하다…

아내의 명국은 무관(無官)에 무재(無財)에 가택(家宅)마저 유로무화(有爐無火)이다.

무관(無官)이란 남편자리가 없음을 말함이며 무재(無財)란 경제력이 없음을 말한다. 유로무화(有爐無火)란 불꺼진 용광로란 의미로 가택에 전등불이 켜지지 않는 상태 즉 빈집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주로 결혼생활에서 행복을 기대하는것은 욕심이다.왕의 은혜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무수리와 다를 바 없다.

유일한 희망은 자식자리이다. 그러한 자식이 공부를 하질 않는다. 아들에게는 공부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공부자리가 없으면 제 아무리 영재(英才)라고 해도 학업에 대한 성취를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내의 현재 시기는 마치 학창시절 경험했던 사춘기(思春期)와 같은 흐름에 왔다.

사춘기(思春期)란 말 그대로 생각에 봄이 오는 것을 말한다. 생각에 봄이 오면 이와 같이 평소 가정생활에 갈증을 느끼는 아내들은 현재의 판을 다시 짜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 새 판이란 다름 아닌 이혼(離婚)을 말한다.

아내의 마지막 질문이다…

“저 선생님… 물에 젖은 낙엽은 언제쯤 마음대로 쓸어 낼 수가 있나요..”

남편을 원망할 필요가 없다. 애당초 타고난 자신의 명국(命局)에는 여자로서의 행복에 필요한 남편의 자리와 자신의 품위를 유지할 재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젖은 낙엽이 잘 마를 때인 남편의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