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경영) 나도 화장품이나 수입해서 팔아볼까
화장품은 다른 어떤 품목보다도 수입절차가 까다롭다. 사람의 몸에 바르는 것이라 먹는 식품만큼이나 안전이나 성분검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품목이고, 아무나 쉽게 할 수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나도 화장품이나 수입해볼까?’. 마치 심심해서 이거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주었다. 직업적 호기심에 일단 골라보았다. 일단 용어가 신선했다. 쁘티무역! 소규모무역이라는 건데, 마치 모형을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사람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망을 무척 밝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고, 실제로 상당히 만족해한다는 분위기이다.



“여자들이 계속 예뻐지겠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리고 화장품의 효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있는 이상 화장품은 계속 성장할 게 확실하니까요.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열정수준이 매우 높고,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쁘티무역상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죠. 또한 최근에는 남성 화장품 시장도 부쩍 성장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요즘 제품을 주문하시는 분들의 주문서에는 ‘꼭 우체국택배로 보내주세요’라고 체크해서 보내주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우체국택배는 군부대에 배송이 가능한 유일한 배송사거든요. 남성 화장품시장은 미지의, 하지만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시장입니다.” 이 문구를 읽고 나니 정말 화장품은 앞으로도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이렇게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나는 왜 하지 않았을까? 화장품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들이 나를 우선 겁나게 했다. 한동안 화장품 생산기계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기계와 화장품은 웬만큼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렵기는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고 익숙해지다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난 화장품을 좀 어설프게 알았고, 하자고 마음먹으면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궁리’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입할 품목을 선택하는 방법도 그렇다. 난 눈에 잘 띄거나 제법 그럴 듯한 모양을 갖춘 상품만을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모든 유통매장에 보이는 대로 들어가 본다. 그리고 구석이나 지하를 공략한다. 소비자들의 눈에 띄는 좋은 자리에 있는 제품들은 이미 누군가가 접촉했거나, 그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까다로워 샐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석에 놓인 제품들은 이제 막 시장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인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했다면 일단 패키지에 먼지가 쌓여있지 않은 지 확인한다. 인기가 많아서 제품이 잘 빠지거나, 제품 반응이 좋아서 매장에서 신경써서 관리하는 경우라면 먼지가 쌓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맞는 말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화장품 가게에서 아무리 안나가는 제품이라도 매장에 먼지가 쌓이게 하면 안되는 데,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상품이 있을까? 하기사 관리가 부실하고 하루이틀만 지나면 먼지가 쌓일 법도 하다. 문제는 ‘그런 시각을 갖느냐, 못갖느냐?’인데, 나는 갖지 못한 축에 속했다.



“수입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생긴 것은 불과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몇 명되지 않았던 초기 쁘티무역상들은 시장을 독식하며 엄청난 성장을 했죠. 성공한 선배쁘티 무역상들에 따르면 하루에 수천만원씩 매출을 올리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황금기였다고 해요. 그리고 5년전, 제가 처음 화장품 수입을 시작했을 때는 후발주자들이 이 분야에 막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시기였고요. 지금은 아무래도 미유통 제품을 찾기도 힘들고, 경쟁도 더 치열해졌습니다.” 그런데 화장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을 것같아 광고를 많이하는 몇몇 회사의 제품말고는 시장에서 팔리는 브랜드가 별로 많지 않을 줄 알았는 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뭐든지 처음하는 사람이 성공할 기회도 많이 잡는 것은 화장품 업계도 별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사업이나 무역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우선 동업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동업으로 사업하느니 하지 말라고 하는 데, 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동업을 하는 편이 낫다고 권하는 편이다. 이 책에서 그 장점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잘 아는 분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소규모로 조금씩하면서 시장을 알아가며 배웠다는 조심성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인 조희령은 창업의 기본을 잘 보여주었다. 요즘 내가 보기에는 ‘창업전도사’들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겁을 먹지 않고 무작정 사장부터 되고 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데 사업 성공률이 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대로 먹고사는 사람까지 해도 50%는 분명히 되지 않는다. 그럼 확률상으로 보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맞는다. 그렇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없이 사업을 하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시작한 사람이야 어쩔 수없지만,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업을 시작하는 절차와 방법에 대한 공부삼아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같다.



이 책은 나에게도 많은 느낌을 주었다. 우선 무역의 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한 케이스스터디가 된다. 그리고 품목 선정도 내가 왜 화장품을 고르지 못했는 지를 설명할 때 내가 화장품에 대하여 가졌던 선입견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화장품을 수입해서 파는 사람이 두어사람 더 있다. 난 그들에게 ‘그걸 무척 어려울 텐데요!’라는 두려움만 표시했을 뿐 ‘어떻게 하고 있냐?’를 물어보지 못했다. 요즘 내가 어디가서 무역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때, 중점을 두어 말하는 것중의 하나가 ‘소규모 무역’이다. 건당 수십불에서 수백불정도밖에 되지 않는 무역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그런 소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현재 하고 있지만 절차나 통관과정을 겁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난 그들에게 ‘아니, 사겠다는 바이어가 있는 데, 실무 절차를 몰라서 못한다 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보니 내가 그 바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새롭게 무역을 하며서 사업의 영역을 넓혀가는 데, 나는 너무 그런 면에서 게으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시작해보면 어렵지도 않은데. 이제는 나도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하려고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려고 하면 누구보다도 여건이 좋은 데 그런 점을 너무 활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