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와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자

 

누구와 무엇을 하든지 간에 갈등은 있게 마련이고 있어야 한다. 갈등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갈등을 풀지 못하는 게 무서운 거다.

 

10년넘게 핀란드파트너와 같이 일하면서 두 번을 크게 싸웠다. 한번은 초창기에 사소한 문제를 제기하는 딸과 전화로 1시간은 넘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였다.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누가 잘못했는 가의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누가 잘못했던 간에 해결책은 분명했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말로하지 말고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하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한동안 필맥스를 떠났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다시 나와 같이 일을 하였다. 그냥 논쟁일 뿐이었는 데,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했는 지 모르겠다. 여러 번 그 논쟁에 대하여 나는 그녀에게 잘못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지를 않는다. 왜 잘못되었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또 한번은 어느 정도 일이 진척이 되던 2005년 초쯤에 또 한번 크게 논쟁을 벌였다. 그 때는 한국에서였다. 유럽에서 오더량은 줄어들고 있는 데 핀란드와 독일의 파트너가 나에 대한 성토를 하였다. 결론은 내가 가져가는 이윤이 너무 많지 않는가하는 불신이 깊게 배겨있는 성토장이었다. 벌써 4-5년이상 해온 마당에 새삼스럽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독일 파트너가 새롭게 고용한 현지인이 한국인을 얕보는 습성과 더불어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과 있는 내내 4-5일동안 나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나는 그걸 방어해야 만 했다. 그러다 결국은 고속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다 내리라’고 하면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하여 공장에 대한 추가 비용부담 내용에 대한 합의를 했지만, 합의 내용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내가 보낸 합의문에 대한 회신조차 없었다. 얼마되지 않아 그 독일인은 필맥스를 떠났다.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은 앞섰을지 몰라도 그가 제시한 것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책임을 지는 조그만 일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첫 번째는 필맥스가 처음시작하고 나이도 내가 많으니 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위하여는 얕보여서는 안된다는 유치한 생각이 있었다. 두 번째는 누가 주도권을 갖는가 하는 문제는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쯤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한번은 내가 남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한번은 남이 내 가슴에 못을 박았다. 지금 돌이킨다면 첫 번째는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말 것같다. 하지만 두 번째는 여전히 화가 난다. 태어나서 그때만큼 화를 내 본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다. 첫 번째 갈등에서는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갈등에서는 ‘나의 진심이 항상 남에게 제대로 이해되지는 않는다’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새로이 개발된 맨발과 같은 신발을 주력상품에 추가되면서 이전보다 더 깊은 협력의 계기가 되었다. 10년넘게 같이 일하면서 갈등이 참 많았다. 처음에 브랜드를 통일하고, 누구의 것을 쓰는가를 정하는 문제, 포장을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까하는 문제, 가격을 높이고 낮추는 문제등등. 그런 소소한 갈등을 만들고 풀어가면 10년을 지냈으니 서로에 대한 감정도 참 깊다. 바이어와 논쟁하는 나를 보면서 친구들은 ‘거래선과 싸우냐?’고 묻는다.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어와의 갈등조차 없는 거래선들이 오히려 이상해보인다. 갈등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갈등의 유형이 있겠지만, 어쨌든 갈등이 있다는 것은 내가 상대에게 어떤 선택할 만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고, 그 갈등은 주로 좀 더 잘해보자는 갈등이다. 내가 보기에 주도권을 누가 갖는가 하는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건 자연히 정해진다. 누가 더 잘 아는 가의 문제이다. 비록 돈은 바이어가 갖고 있지만, 상황을 향상시킬만한 문제를 내가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 또한 내가 제시할 수있다면 바이어도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거래에 대한 주도권은 돈을 내야할 바이어가 갖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내가 제시하는 거래가 성사되었고, 그 결과가 잘못될 때 큰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것은 바이어지 내가 아니다. 큰 돈들여서 나의 물건을 샀는 데, 시장이 바뀌었다든가 백화점의 정책이 바뀌었다면, 나는 이미 팔았으니 상관이 없지만 바이어는 꼼짝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바이어와 주도권을 싸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갈등이 없다면 관계가 없거나 없느니만 못할 때이다. 차라리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전할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무관심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도 있다. 갈등이 없는 것은 안심이 아니라, 언제든지 등을 보이고 돌아설 수 있는 관계임을 슬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즐기듯이 갈등도 적당히 만들어가며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미운 정 고운 정들며 오래간다.

 

바이어와 갈등을 즐기는 법 :

1. 일단 내가 내 업무에 대한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2. 항상 바이어에게 무슨 새로운 제안을 할까 고민하자

3. 내 생각을 바이어가 어떻게 생각할 지보다는, 바이어를 어떻게 설득할 지를 고민한다

4. 나한테 뭔가를 파는 사람이 나에게 뭔가를 제안할 때 나는 어떻게 대하는 지를 돌아보자

5. 나의 제안, 바이어의 반응, 갈등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자

6. 바이어는 나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대하자

7. 갈등을 풀어가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감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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