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지하철에서 강아지의 대변을 치우지 않아 네티즌의 비난의 대상이 된 이른바 ‘개똥녀’……. 얼마전 ‘키작은 사람은 루저(loser:패배자)’라고 하여 역시 인터넷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루저녀’……. 군대복무를 3년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겁 없이 주장하여 수많은 안티세력을 길러낸 ‘군삼녀’……. 그리고 최근에 학교에서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욕설을 퍼부어 네티즌의 노여움을 샀던 ‘패륜녀’에 이르기 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사태가 진정된 지금 그녀들은 어떻게 지낼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희미해질 것 같은 시간의 흐름에도 결과적으로 그녀들은 편치 않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평생을 비난받아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기에 해당자들에게 시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변수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 잔인한(?)네티즌은 최근까지도 그녀들의 근황을 캐며 비난의 화살을 접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강아지의 변을 치우지 않은 주인공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루저녀는 휴학을 했고, 군삼녀는 인터넷에 남아있는 동영상 때문에 지독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단다. 최근 패륜녀라고 낙인찍혔던 여성 또한 후폭풍에 괴로워 한다고 한다.

참으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치유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치유될 수 있지만 흉터는 남아 있는 것이다.

현실은 이렇듯 모질고 냉정하다. 한 번 삐끗하고 잘못하고 상처를 받으면 좀처럼 헤어날 틈을 주지 않는다. 주변에서 그렇게 만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특히 비극일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잔상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듯 하다. 헤어진 남녀가 서로는 홀가분하다고 할 지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역학관계가 그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다’라는 표현은 말빨(?)이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한다.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관조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는 배우지 않도록 하자. 시간이 지나면 부정이 긍정으로 저절로 바뀐다는 것은 애써 ‘긍정의 힘’을 주입하여 현실을 위로하고 합리화 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먼저 상처가 나지 않도록,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만약 상처나 실수가 생겼다면 시간에 의존하지 말고, 언젠간 말끔하게 그것이 아물 것이라는 헛된 믿음 따위 또한 갖지 말고 흉터는 남을 것이라는 ‘그러려니’ 사고를 갖도록 하자.

그리고 하루하루 현실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주눅들지 말고 그저 아침부터 저녁까지 떳떳하게 사는 것이다. 자동 치유가 아닌 수동 치료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이 난 ‘천안함 사고’ 또한 상처가 완전 아물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미 맞대응을 선포한 마당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현명한 처사는 그넘들은 ‘그려려니’생각하고 한 걸음 한걸음 국방을 정비하고 대내외 안정에 힘쓰는 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흉터는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을 가리고 다닐 정도의 흉터가 아닌 작고 어찌보면 예쁜 흉터가 남으리라.

시간은 우리가 올라타고 가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올라타야 할 대상이다. 시간의 흐름은 칼날을 무디게 만들 뿐이지 칼날 자체를 없애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