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다니는 A대리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거꾸로 이직을 했다.
급여도 연봉도 1/3이 날아감을 감수 하고서다. 남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그러나 A대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매우 만족하다고 한다.

빵의 크기는 적더라도 시스템이 너무나 철저하게 잘 되어있는 대기업에서 시계부품처럼 일하는 것보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나.
무엇보다 A대리는 대기업에서 일할 때 자신의 업무 포지셔닝이 좁다는 것에 숨이 콱콱 막혔다고 한다. 몇 단계의 의사결정 루트, 수 십번의 검토 확인, 지독하리 만큼 집약적인 직무는 전문성을 키울지 몰라도 상대적인 직무 활동 범위는 좁아진다는 주장이다. 가령 노트북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대기업에서는 노트북 뚜껑을 열고 닫는 이음새만 연구하지만 중견기업에서는 노트북 개발 자체를 총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대리는 실컷 기안만 하고 의사결정을 못하는 것보다 자신의 펜대 하나에 의해 현장이 팍팍 움직이는 것을 보며, 월급은 적어도 책임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거듭 강조한다.

요즘 큰 조직에서 작은 조직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 앞으로는 무늬 좋고 연봉 많은 대기업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철저하게 직무가 구조화 되어 ‘조직이 사람을 움직이는’ 대기업보다 ‘사람이 조직을 움직이는’유망 중소기업이 인간적인 매력에서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

부자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가난한 직원일지라도 직무 자체의 꿈과 희망이 있다면 괜찮다. 남부러운 회사 다니다가 하급 공무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직무만족도는 빵의 크기가 아니다. 그저 폼나는 직함, 책상 또한 더더욱 아니다.적절한 일의 권한과 책임이양, 끈끈한 인간관계, 시련이 있더라도 보장 받을 수 있는 성취동기만 있다면 직무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대기업이 무조건 만족지수가 높을 것이라고 외치면 듣는 우량 중견기업 화난다. 같은 기업 같은 대리지만 대기업은 폼만나는 대리고 중견기업은 내실있는 대리일 수 있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해야 하는 일을 대리에게 맡기는 중견기업도 있다. 그들은 일개 사원에게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기고 기다려 준다. 그 사원은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큰 건(?)을 해결한다. 만족도는 누가 더 높을까? 

그래도 대기업이 장점도 많고 돈 많이 주니 좋다고 한다. 반대로 돈도 적게 주고 막 부려먹는 최악의 중소기업도 있으니 끝까지 우길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크기 논리로 행복의 논리를 풀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실업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에도 아직까지 대기업 취업만을 선호하고 빵의 크기만를을 좇아 직업을 선택하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왜 스스로의 만족감을 규모의 잣대로 측정하는 지 안타깝다.

그들이 빵을 많이 주는 부자 회사에 들어갔다가 A대리 처럼 다른 곳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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