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유망주 주연들에게는 언제나 카메라가 따라다닌다. 기자들의 인터뷰도 끊이지 않는다. 스타급 주연들은 대우도 다르다. 간판스타 주연들이 언론과 기자, 심지어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안고 있는 한 켠에서 주목받지 않는 조연들이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그들은 서러움에 오기가 생겨 마침내  큰 일을 친다.

이번 벤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받지 않았던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도 놀라고 우리도 놀란 현실이지만 주목받지 않는 조연이기에 예상밖의 금메달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예상 금메달 리스트 주연들은 미리 예상하여 주문하는 엄청난 기대와 찬사앞에 적지않은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세상은 엄청난 긴장감과 꼭 일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불러 일으켜 최상의 기량을 과시하는데 방해공작을 했을 것이다.
 반면 이번 의외의 금메달 주인공은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선수단에 인터뷰와서 질문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을 보여 주었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 조연은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그래서  조연이 주연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세상의 이치는 이렇듯 좀 거꾸로가 아닌가 싶다. 올림픽에서 늘 평소 조연급이었던 깜짝 스타들이 탄생하는 이변은 더이상 이변이 아니다 . 조연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다. 조연은 어차피 기대 받지 못하니 이판사판 편한 마음이다. 부담없이 연기하면 된다. 게다가 조연은 주연이 못되더라도 예상한 것이니 손해 볼 거 없고 주연의 그늘에 서 있음을  사람들도 자연스러워 한다 . 그렇게 때문에 조연의 성공과 우승은 더욱 값지고 사랑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

근데 참 얄밉다. 이런 조연들에게 처음부터 관심 좀 가져주지. 예상 밖으로 조연이 사고(?)를 쳐서 일약 스타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때서야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는 등, 노력을 했기에 예견된 결과라는 등 맞장구, 뒷북을 친다. 지금 주연된 조연의 그동안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이제부터라도 미리미리 가능성 있는 조연 챙기기를 하도록 하자. 주연급으로 승격한 조연보다는 아직까지 모두의 관심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조연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실 무명의 설움을 극복해서 유명해진 극소수 조연들은 그나마 다행이고 행복한 거다. 그냥 그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끝이 나는 대다수의 조연들은 불쌍하다. 그들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임무라도 완수했으니  그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 주어야 한다.

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꽃병과 물이 있기 때문이다. 꽃은 주연이요 꽃병과 물은 조연이다.
조연은 아무도 주목해 주지 않는 무관심에 가끔씩 깜짝 시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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