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는 실력이 있을까?
정말 나는 실력이 있는걸까?
사업에서 실력이란 무엇일까? 그건 단순하지 않다. 그 사람의 실력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것은 지금 주머니에 얼마나 있느냐? 이다. 사장은 누가 뭐라해도 돈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직업이다. 사람이 좋다, 인상이 좋다, 법없이도 살 사람이다, 아는 게 많다, 등등 이런 미사여구들은 받으면 좋지만, 사장으로서의 실력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사장이 가져야 할 실력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착각하는 것같다. 사장을 하는 사람들 중에 자기 자랑거리 몇 개 없는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다 이전 자기가 놀던 바닥에서는 펄펄 날던 사람들이다. 나만해도 그렇다. 무역에 대한 경력은 나만큼 다양하면서 매 단계마다 나름대로 남들에게 말할 수있을 정도의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무역진흥공사에서 ‘박람회와 마케팅’이라는 책을 쓸만큼 박람회에 몰입했고 공부도 했고, 파나마무역관에 있으면서 숱한 바이어와 한국 업체의 사장을 만났었고, 한국에서는 무역회사를 17년씩이나 운영하면서, 무역에 관한 스테디셀러로 팔리는 책도 썼고, 인터넷에 회원수 4500명이나되는 무역카페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무역에 관해서라면 나도 할 말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 괜찮은 사장이야?’하면 꼬랑지 확 내린다. 돈을 벌기는 커녕 두 번이나 말아먹었으니까.



사장을 할려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미용실을 차리면서 주인이 미용기술이 없으면 직원들에게 기술적인 면에 대한 발전을 자극할 수없을뿐더러, 헤어디자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없다. 게다가 오는 손님들의 취향을 맞추어 주기도 어렵다. 요즘 새로이 생긴 ‘네일아티스트’라는 직업만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그런 직업도 없었을뿐더러, 하는 일이라고 해야 고작 손톱정리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손톱정리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손톱에 예술적 그림을 그리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기술과 색감뿐만 아니라, 손님의 손톱을 만지고 있는 동안은 대화 상대까지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역할까지 해야한다. 이처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장은 직원들보다 뛰어난 전문성과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 업계에서 알아줄 정도의 오랜 기간을 갈고 닦은 실업으로 창업을 해서 성공하는 사장들이 많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다.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사장의 생기초중의 생기초이다. 뭘 알아야 종업원에게 시키지. 그런데 사장이 알아야 것, 그것도 잘 알아야 할 것들을 대충 꼽아볼까. 경리회계 지식 (이 거 모르면 여기저기 돈이 줄줄이 새나가도 모른다. 어느 중소기업은 회계직원이 10억이 넘는 돈을 빼먹어도 모르고 있다가 망해갈 때 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는 기사를 본적이있다), 자금관리 (회계라기보다는 재무, 돈의 큰 흐름을 알아야 한다. 지금 남는 돈이 다 남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한다음 남는 돈이 진짜 남는 돈이다), 인사 (이건 말로 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장들은 삼겹살에 소주사주는 걸 인사관리라고 생각한다), 마케팅.판매 (파는 방법을 알아야지, 제품만 잘 알고 잘 만든다고 장사되는 것아니다), 체력 (아무리 사업이 잘 되도 내 몸아프면 만사가 귀찮다. 체력이 가장 중요한 실력이라는 걸 모르는 사장도 많다), 가족 (밖에서 아무리 즐거워봐야 집에서 괴로우면 삶이 행복하지 않다) ….. 뭐좀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사장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슈퍼맨이다. 위의 것들중 어느 하나라도 모르거나 소홀히하거나 부족하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제로이다.



실력으로 성공했지만 실력이외의 요소로 인하여 실패한 사례중의 하나로 꼽을 수있는 것은 바로 ‘아이러브스쿨’의 케이스이다.

“자의든 타의든, 주저앉은 뒤에는 국내에서 재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신기원을 열었던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42)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 등 국내 IT 업계에서 대기업 외에 신규로 창업해 성공한 사례 자체가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도 한 번 맛본 쓰라림을 극복하고 재기하기엔 문턱이 너무나 높았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지난 1999년 10월 본격 사업에 나선 아이러브스쿨은 최근 해외에서 역수입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의 원조격으로, 싸이월드와 함께 토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사이트였다. 2000년 8월 500억원을 제시한 야후의 인수 제안은 달콤했으나 김 씨는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국내의 한 중소기업을 택해 일부 지분을 넘기게 된다. 이후 김 씨는 당시 언론에도 일부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러브스쿨 지분 매각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렸다. 지분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지분을 넘긴 김씨는 지분을 받아간 중소기업 대표가 아이러브스쿨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고 해외로 도피한 뒤부터 `급전직하’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에게 몰아닥친 더 큰 시련은 주식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였다. 소득이 없으므로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말만 순진하게 믿고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매매를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마저 더해진 세금 총액은 13억5천만원. 이는 이후 5년간 이자를 포함, 총 24억여원으로 불었다. 남은 재산 6억여원은 통째로 압류당하고,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혔다.” (CBN nwes, 2010년 11월 12)



이 기사에 실린 김영삼사장은 어떻게 들을 지 모르지만, 난 그래도 그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재무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었고, 사회적으로도 명성을 얻을 만큼 성공의 달콤함은 맛보았으니까. 하지만 그가 성공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실력이외의 변수인, 사람과 상황에 대한 평가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아무렇게나 그 사기꾼같은 중소기업 대표를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많은 사람들과 상의해보고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도 그의 사정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내가 아는 많은 사장은 시작하자마자 꽃도 펴보지 못하고 시드는 사례가 많은 데,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실력을 믿고 시작한 사람들이다. 내가 아는 무역분야의 사례도 하늘의 별만큼 많은 데,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기업의 무역분야 출신, 그 중에서도 종합무역상사 출신 중에서 무역으로 성공한 사람을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종합무역상사는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무역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수출한국의 견인차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 영역도 상당히 넓었다. 그런 종합무역상사가 급격하게 기운 것은 1997년 IMF 였다. 워낙에 달러가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의 대기업들이 해외 지사를 거의 없애다시피할 정도로 줄이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소위 말하는 ‘상사맨’들은 그동안의 겪었던 경험과, 현지에서 만났던 인맥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실제 성공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들 수있는 사례가 엔지니어출신으로 뭔가를 발명하거나 기존에 있던 제품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 수있다는 자신감으로 나오는 경우이다. 분명히 더 나은 것을 만들 수있음은 그만큼 그의 실력이 그 분야에서 빼어나고 그를 인정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고, 나름대로 판매정도까지는 생각하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그런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구매라인은 쉽게 바뀌기 않는다. 뭐 보통 하는 말이 ‘한국사람은 외국 제품을 더 좋아한다’거나 ‘A/S나 이미 시장에서 평가를 받은 대기업제품이 아니면 구매자가 무식하다’고 탓하지만, 실제로 신제품은 뭔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구매 담당자라면 그런 일 때문에 호되게 당해본 경험이라도 있다면 더욱 더 잘 바꾸지 않는다. 다른 회사에서 써보았다고 하더라도, ‘자기네 회사는 다르다’며 한사코 이름을 듣도보도 못하던 회사 (비록 개발자가 자기회사 출신이더라도)의 제품을 구매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흔한 업종의 식당도 그렇다. 일단 사람들은 점심 시간에 ‘뭘 먹을까?’하고 고민하고, 메뉴를 정하지만 막상 그 메뉴를 하는 식당에서 가보니 손님이 적거나 텅비어있으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사람의 입맛은 저마다 다 다르다. 다른 곳에서는 맛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문을 연 지역에서 맛있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또 다르다. 식당은 맛에 대한 실력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도 같이 감안해야 할뿐더러 주방장, 홀 서빙직원의 외모와 서비스 정신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는 사장들 중에 자기 실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은 외곬수인 경우가 많다. 자기가 만든 제품, 음식, 옷등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일 수록 다른 요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사에서 실력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변수들중의 하나 일뿐이다. 그 수많은 요인들이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향으로 잘 조화가 되었을 때 비로소 성공을 할 수있다. 나 역시 무역회사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무역에 대한 지식은 정말 작은 부분임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실제로 무역의 변화가 빨라 이제는 무역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다는 말도 못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이란 다른 많은 분야를 이끌어가기는 하지만, 전문지식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요즘 난 내 실력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의심을 품게 되었다. 사장의 전문지식은 다른 모든 분야, 특히 경영지식과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서 성공의 한 요소가 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