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불과 하루도 남지 않았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모두들 새해의 새로움을 맞이하는 데 분주하다. 다가오는 한해의 새로운 출발의 기대감에 저물어 가는 해의 모든 것들은 종결해야 하는 영역으로 정리정돈하려 한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이른바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것을 명령과도 같이 실천하려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끝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날이 밝아 새해가 되면 이전의 것이 모두 포맷되어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이 아니고 한해의 끝은 새해와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지거늘, ‘유종의 미(有終의 美)’라는 표현은 개인적으로 웬지 부적절하다고 느껴진다.

맺음을 맺고 출발하는 자체가 아닌 맺음과 더불어 그로 하여금 맺음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31일이 되면 비즈니스가 일 단락 되고 다시 출발하지 않는다.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가는 일도 많고 새해부터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이전 해에 시작을 해 놓고 새해에 탄력을 내야 할 일이 더 많다. 2009년의 끝이라고 해서 결산도 주식시장이 장 마감하듯 매듭지어지지도 않는다. 거래처들은 새해 들어서 받아야 할 미수금이 남아있고 직장인들은 작년에 한 노동의 댓가를 새해에 받는다. 가정에서 구독하고 이용하는 신문도 우유배달도 초고속 인터넷도 유종(有終)이 아닌 무종(無終)이다

그래서 그냥 종결 짓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월하여 다음해를 이어가자. 그렇게 해야 다음해의 모든 일들이 연착륙 할수 있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유종의 미’ 핑계삼아 새술을 새부대에 담는 것처럼 새해 새판만 그럴싸하게 짜고 실천은 고작 몇날 며칠 버티고 나서 흐지부지 되었던 추억의 악순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해마다 12.31일이면 내년도에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무슨 그렇게나 많은 소원들을 쏟아 내는지…. 얼마나 헛 살았으면 한해를 반성할 것들이 그다지도 많은지…… 초인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루려고 무지막지한 신년 계획을 펼쳐 놓는지…….

모두 다 ‘유종의 미’로 한해를 엎어 버리고 새 말판만을 짜려다가 빚어지는 소동들이다. 그래서 올 한해는 유종의 미라는 말 조차를 버리고 출발해 보길 권한다

그냥 그동안 잘 해왔던 것처럼 내년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쭈-욱 그대로 가보자. 끝은 없는 것이다. 끝이 없는데 무슨 끝을 좋게 한다는 말인가. 단 올해의 안 좋은 것들만은 일단락 또는 홀딩을 하고 나머지 것들은 2010년까지 잘 끌고 가면 된다.

눈덩이 이론을 아는가? 작은 눈을 멈추지 안고 계속 굴리다 보면 나중에 정말 커다란 눈덩이가 되는 것이다. 끝없이 한해 한해 이어가는 사이에 나 자신의 역량, 자산, 사회적 위치도 눈덩이 처럼 커져 갈 것이다.

올 한해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유종의 미는 버려라. 그러면 더 많은 행운도 따라오고 복도 따라오게 된다

모두들 마무리 아닌 한해의 마무리로 다시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