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보니 동시에 책을 두 권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입니다.
역시 원고를 써가면서 이 곳에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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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에 대하여

재벌개혁에 대하여 -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요즘 이건희회장의 수난이다.

세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을 사람이 왜 저 고생을 할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나, 그 비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굳이 이건희회장은 모든 것을 툭툭 털고 떠나버리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 재벌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오지. 젠틀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음모를 꾸미는 악의 축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천방지축 멋모르고 날뛰는 가난한 아가씨를 사랑하여 하루 밤사이에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는 재벌 2세로 말이야.



그럼 아빠는 재벌을 어떻게 생각하냐하면, 아빠의 미래라고 생각해. 그리고 삼성이나 현대같은 회사를 너희들에게 하나씩은 물려주어야 마음편하게 눈을 감을 수있을 것같아. 그래서 지금의 재벌회장들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들이 미리 저 험한 길을 미리 닦아놓으면 아빠가 세운 ‘필맥스’가문은 삼성이나 현대가문처럼 험한 꼴을 보지 않고 편하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겨줄 수있기를 바라는 거지. 알아, 알아, 아빠가 뻥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근데 그 정도의 꿈을 가지지 않고 장사 시작하는 사람있니? 재벌은 말이야 적어도 야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모든 사장들의 꿈이야. 구멍가게로 시작해서 구멍가게로 끝나고 싶은 사장은 없는거야.



그래도 지금처럼 비난받는 재벌을 물려받고 싶지는 않다고. 그럼 나도 그래. 지금처럼 비난받으면서 나의 사업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이건희회장이나 정몽구회장이 아빠가 충분히 늙기 전에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그렇지만 그게 자신의 재산을 온전히 사회에 헌납하거나, 지금의 세법처럼 상속세를 온전히 물어가면서 물려주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보거든. 그 사이에 기업의 상속세도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하는 거야. 왜 상속세를 바꾸어야 하냐면, 지금의 제도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저정도의 재산이면 최소 50%는 세무서에 상속세로 내야하거든. 그럼 소유권이든 경영권이든 의미가 없어. 그냥 나라에 내놓는거야.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그게 가능하게 만들었기에 아직도 록펠러가문,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문등 백년도 넘는 기업가적 가문이 수도 없이 많아. 사실상 세상의 거의 모든 유명한 기업은 가족기업이라고 보면 되.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런 방법도 만들어 놓지 않고 지금처럼 간다면 조금 지나면 세상의 모든 회사들은 국세청의 자회사가 되어야 하지. 그럼 어떠냐고? 전문경영인이 그 회사들을 경영하면되지 않냐고? 전문경영인은 처음부터 경영인이 아니었고, 어디선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키운 거야. 누군가가 그 사람의 실패의 비용을 부담한 거라고. 그리고 하루 아침에 어디서 우리회사에 꼭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그뿐만 아니라 그 전문경영인이 너희들처럼 아빠의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겠어. 남의 돈이니 책임감도 훨씬 덜하겠지. 그래서 미국의 Ford자동차가 거의 파산직전에 이르자, 주주들은 Ford가문의 전반적인 경영참여를 요구했던거야. 결국은 ‘주인이 나와라, 주인이 직접해결해라’. 이거지. 그리고 ‘대리인비용’이라고 있는 데, 뭔일에 본인이 직접나서지 않고 사람을 대리해서 내세우는 데 드는 비용인데, 보통은 주식회사에서 주주나 기업의 창업자를 대신하여 전문경영인을 고용하는 데 소요되는 돈을 말하지. 그 ‘대리인 비용’이 적지 않아.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CEO들의 엄청난 연봉이지. 직원은 한 5만불의 연봉을 받을 때, CEO들은 1억불씩받고 덤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받아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되었잖아. 게다가 실제로 그만큼 기여했는 지도 문제고.



그러니까 우리들의 아름답고 칭송받는 상속을 위하여는 이건희회장이나 정몽구회장이 잘 해야되. 그들이 사회로부터 터지고 깨지면서 기업의 소유권과 상속권을 원활히 물려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아야 아빠에게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욕이 사그라들지 않지. 만일 말이다, 자식이나 가족이 없다면 세상의 사장들은 얼만큼 일할까? 아마 지금의 반에 반도 일하지 않을걸.



기업가들이 사업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물론 그 중에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기적 개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2가지로 볼 수있다. 하나는 개인의 성취의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족의 부양이야. 그런데 기업가에게 성취의욕만 있다면 기업은 영속성이 없어지겠지.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던, 이루지 않았던 나이들고 죽을 때가 되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아야 해. 그렇지만 거의 모든 기업가들은 자신의 기업을 자손들에게 넘겨주려고 애를 쓰거든. 왜 그럴까? 설령 본인에게는 이타적 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기적 유전자가 허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자들이 널리, 많이 그리고 안정되게 퍼지는 전략을 쓰고 있고, 유전자의 껍데기에 불과한 인간은 유전자 집단의 안정을 위하여 노력해야 돼. 집단 내에서 이타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개체들은 종종 집단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는 개체들과 비교했을 때 재생산의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일단 죽으면 생식이란 불가능하지!). 이전의 공산주의국가들처럼 부의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의 경제규모가 쇠퇴하였고, 오래된 기업이 없으며, 그 규모 또한 크지 않은 것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거야. 사람들은 흔히 사장이란 ‘성취욕’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욕심은 자기가 이루어 놓은 것을 영속화시키고자 함이야. 그 중에 가장 큰 수단이 바로 자식들을 통해서이지. 그러니까 모든 사람처럼, 모든 사장들도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거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를 말할 수있지만, 그게 속세의 사람들 특히 사장에게는 용납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나라의 재벌은 다른 나라의 재벌에 비하면 상당히 착한 거야!

미국의 록펠러는 정말 총싸움으로 큰 재벌이야. 그렇게 해서 노동조합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으며 끊임없이 경쟁자들을 파산시키고 시장을 독점했어. 당시에 루즈벨트 대통령(1901-09)이 ‘록펠러가 아무리 선행을 해도, 그가 부를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을 갚을 수는 없을 것’ 이란 말도 했을 정도니까. 한국의 기업은 그런 악랄함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시대의 산물인 데, 그나마 한국이 발전을 크게 하면서 한동안 세계에서 부의 분배가 공평했던 나라인 것도 현재의 대기업의 성과라고 할 수있지.



아뭏튼 아빠의 꿈은 필맥스가 마르고 닳도록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의 손에 넘겨지면서, 300년의 부를 이어가면 경주지역의 사람들에게 선행를 베풀었던 ‘경주 최부잣집’처럼 되었으면 하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재벌 나쁜 놈, 재벌의 상속은 세상을 불공평하게 해!’라고 할 때, 아빠는 그럼 세상의 모든 회사가 세무서 소속이 되면 좋을까요?라고 묻지. 차라리 그렇게 하느니, 다 인정하고 한 놈만 패자고 해! 뭔말이냐 하면 재벌이면 회장이 있지? 그냥 회장만 패자는 거야. 기업의 소유권을 이리저리나눠놓고, 기업은 사회에 공헌해야해! 라고 요구하면, 기업쪽에서는 ‘아 그건 주주의 이익과는 상치되는 거라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실제로도 어느 지역에 기반하지 않은 주식회사는 지역사회에 공헌하기를 기꺼워하지 않아. 하지만 재벌은 기업 지배권이 회장에게 있으니까, ‘너 재벌회장이지, 지역사회에 공헌해!’라고 하면 그 사람이 ‘나 못해!’라고 할까? 그건 아니거든.



아빠는 그런 식으로 재벌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해!

그게 앞으로 거대한 재벌이 되고 너희가 물려받을 ‘필맥스’를 위해서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