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별 일 없이,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이라는 말을 한다. 듣기만 해도 맥이 빠진다. 무가치해 보이고 하찮아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다행이, 감사하게도, 큰 일 없이, 행복하게 라는 의미도 된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또 한해가 시작 됐다. 무한히 이어지는 세계에 비해 유한 한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한계(限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에게 많은 장치를 하게 했다. 태양이 가는 길에 놓인 별자리들을 열두 개로 나누고 음력 열두 달의 이름을 붙였다. 기원을 알 수 없지만 별들이 배열된 모양에 따라 동물의 이름을 붙였다. 훗날 그리스인들은 이를 황도zodiac라 불렀다. ‘작은 동물’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조디온 zodion에서 유래된 말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관습은 이집트에서 생겼다. 이집트인들은 밤중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밝은 별들이 떠오르는 것을 관찰하고 밤 낯의 시간을 열둘씩 24로 나뉘었다. 기원전 499년 바빌론에서 윤달을 만들었고 기원전 432년 메톤과 에욱테몬이라는 그리스인이 메톤주기(태음력과 태양력을 일치시키기 위해 만든 역법(曆法))를 탄생시켰다. 메톤주기는 19년을 한 주기로 3,5,8,11,13,16,19년째 되는 해마다 한 달씩 모두 일곱 달이 추가 된다. 요일의 순서는 공전 궤도의 길이가 긴 것부터 짧은 것의 순서대로 토성, 태양,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으로 나뉘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1년을 열두 달, 한 달을 30일로 나누고 연말에 5일을 추가했는데 이 5일은 나일 강이 범람하는 평균 기간을 고려했다. 이집트인들은 1년의 실제 길이가 365 1/4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소티스(시리우스)가 솟는 날 나일 강이 범람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천문력은 이전의 달력과 소티스 달력의 첫날이 기원전 2773년에 일치해서 2773년을 0년으로 삼았다. 하나의 개념이 탄생하는 데는 수많은 관념과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과학은 수정되고 다시 정립되는 과정을 반복하지만 타당한 이유로 매듭을 지었다. 이러한 개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준비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만들게 했다. 다짐도 하고 반성도 한다. 언제나 계획은 계획으로서 그 의미를 다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과학은 인간의 무지를 드러낸다. 인간의 덧없음, 인간의 어리석음, 인간의 나약함을 밝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과학이 의도하는 바는 아니겠지만 그렇다. 과학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변화들에 순응하며 살아가도록 인간을 훈련시킨다. 적응(適應)하고 순응(順應)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산다. 사는 의미, 죽는 의미, 시작하는 의미, 중단하는 의미, 매듭짓는 의미, 만나는 의미, 헤어지는 의미… 지난해는 돌아보기도 싫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고 쉽게 말하기에는 너무 아픈 해였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다짐하고 싶어서, 결심하고 싶어서,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서 많은 투쟁도 했다. 언제나 그렇듯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아픈 사람은 그냥 아픈 채로, 고통 받는 사람은 여전히 고통을 안고 지금도 바다에서 굴뚝위에서 그대로 있다. 매듭은 지어지고 또 하나의 매듭이 시작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질문은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물음은 묻는 자만 묻고 답하는 자만 답한다. 나름대로! 올해를 사는 우리는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 것인가! 사는 의미를 되새겨 봐야할 시점이다. 사는 의미!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