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만 해도 요즘만큼 해외여행이 흔치 않았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 온 지인들은 연필이나 볼펜, 비중 있게는 립스틱을 여행선물로 돌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선물 받은 사람은 고마움과 부러움을 적절히 섞인 인사로 답합니다. 주는 사람은 그 것으로 해외여행 다녀 온 티 좀 낸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여행이 급속도로 많아졌습니다. 여행선물은 없어졌지만, 예전보다 티는 더 많이 납니다. ‘카카오스토리’라는 메신저를 통해 다녀온 곳의 경치며 유적, 음식, 뭘 입고 갔는지도 상세히 공개합니다. 누구나 행복하고 눈에 보암직한 장면들을 앞 다투어 펼쳐놓습니다. 수많은 사진들로 인해, 시선을 주는데 긴 시간이 걸립니다.

 

페이스북은 더욱 많은 대중에게 공개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블로그로 찾아들어가지 않아도 어마어마한 티내기가 가능합니다. 지금 뭘 먹고 있는지, 어떤 영화를 보는지, 누구와 있는지를 묻지도 않았는데 끊임없이 밝힙니다. 저 또한 거기에 일조(一助)하고 있습니다. 노출증은 우리의 신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가 봅니다.

 

요즘은 식사 전에 식사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부터 꺼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더군요. 나의 추억으로 간직하려기보다 의도적으로 멋진 장면을 SNS에 공유하려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눈부시게 행복한 모습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아프고 괴로웠던 부분들은 빠지고 곱게 화장하고 나온 여인처럼 화려합니다. 어쩌면 그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理想鄕)이겠지요.

 

얼핏, 다른 사람의 노출된 일상은 행복한 시간과 잘나가는 모습으로 만 채워진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박수와 축하를 보내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나는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우리의 타고난 기질은 언제나 두 마음의 저울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나는 운이 없어. 불행해’ 와 ‘다행이네. 감사다. 행복해’ 사이에서 쉼 없이 저울눈금이 움직입니다. 끝이 없는 저울눈금의 움직임이 우리의 삶의 순간순간입니다.

 

감사하게도, 다행이도, 놀랍게도, 눈금은 어느 한쪽으로만 치닫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한 없이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저울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요. 가끔씩, 때로는 자주 오기도 하는 불행한 순간도 내 삶이기에 꼭 끌어안겠습니다.

 

힘 찬 새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한 해 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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