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工期)가 바쁜 공사현장에서 달갑지 않은 손님은 정부나 발주기관에서 내려지는 '동절기 공사 중지' 조치다. 건설공사 시공지침에 의하면 4℃ 이하에서는 동절기 관련 보완 조치를 해야 하고 영하 3℃ 이하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등 물과 관련되는 공사는 전면 시공 중지 하도록 되어있다. 콘크리트나 미장, 포장 면(面)이 얼어서 부실시공이 되거나 이로 인한 하자발생을 막기 위함이 그 이유이다. 올해 겨울은 그리 춥지 않겠다던 기상청 예보는 빗나가고 29년만의 12월 혹한(酷寒)이라 한다.

 

2014년 끝자락 - 한 평생 처자식을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청춘을 바친 미생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특히 건설업은 발주물량 부족, 이익률 급감, 매출 감소 등으로 거의 아사(餓死) 직전인 회사가 수두룩하다. 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눈물의 보따리를 꾸리는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퇴직자들 재취업이 어렵고 대책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이들은 마음은 급하고 시간에 좆기며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상대적으로 사고 칠 확률이 높아진다.

 

인간 삶에서 시간의 흐름에 역행하고 속도를 위반하려는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자연의학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 몸의 병도 사고가 아니라 응보(應報)라 한다. 진화한 인간이 되려면 집착의 불더미에서 벗어나야 되는 것이다. 조선후기 유학자 허목(許穆)은 ‘길어야 백년 인생인데 도처에 실족해서 천고의 한(恨) 만 길게 남긴 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세종대왕의 건배사 ‘ 적중이지(適中而止 : 술자리 중간에 적당히 그친다)’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개인이든 회사든 많은 회한이 겹친다. 회사들도 그때 추진을 중단 했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고 손실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프로젝트가 꽤 많이 있을 것 이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업무를 잘 했는지 알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으로 피터 드러커는 ‘ 지난 두 달 동안 어떤 업무를 중단 하도록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라 했다. 또한 스티브 잡스도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버림의 미학(美學)’을 강조했다.

 

지금 퇴직 후 바깥세상은 동절기가 아니라 거의 혹한기에 가깝다. 인생은 빨리 가는 것 보다 제대로 ‘각’을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일수록 한 발 물러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깨끗하게 지는 법을 배우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일 것이다. ‘동절기 공사 중지’ 공식이 은퇴시공에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지금 동절기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강충구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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