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부부애’ 바람이 불고 있다.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20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 현상이다. 이 같은 부부애 바람은 공연장으로 이어진다. 상처한 남편의 순애보를 그린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90%대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서울 대학로 무대를 달구고 있다.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에서 공연 중인 또 다른 연극 ‘동치미’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60여 년 해로했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식음을 전폐하고 엿새 뒤 숨을 거둔 시조시인 김상옥 선생의 실화가 모티브다. EBS ‘장수의 비밀’, MBC ‘늘 푸른 인생’ 등 TV 프로그램도 노부부의 사랑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 중앙일보 이지영기자

이런 문화현상은 그만큼 가족의 가치가 그만큼 훼손되고 있다는 것의 반영은 아닐까? 실제로 여러 가지 통계지표들은 마음을 울적하게 만든다. 지난 10월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는 3만2433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여기다 2013년 한해에만 보고된 고독사는 1,717건. 대부분 썩는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로 발견되었다. 문제는 가장 높은 고독사 비율이 50대라는 것이다. 노인에 제한되지 않고 중년 가장들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중년의 경우,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해체가 주범이다. 비혼율·이혼율이 높아진 이른바 ‘가족해체 시대’는 부부의 오랜 사랑을 문화계 ‘킬러 콘텐트’로 끌어올린 배경이 됐다.

 

부부사랑만이 아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흥남철수’, ‘파독광부’, ‘이산가족’ 등 한국사를 관통하는 사건들로 버무러진 영화 ‘국제시장’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또 버티는, 눈물겨운 아버지의 생존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아버지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아버지를 아낌없이 추억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이름’을 반추하게 만드는 영화다.

 

나아가 종편의 출현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아빠 어디가” “수퍼맨이 돌아왔다” 등 가족중심 프로그램이 집중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로 인해 출산율의 증가, 육아인식전환,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 증대, 캠핑문화의 확산 등 미디어가 긍정적인 가족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불효청구소송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60년대식 효 개념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 맞는 효 개념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우리에게 삶의 과제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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