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디자인 극과극

저 자 : 현시원



극과 극은 통한다
2010년은 디자인 때문에 고민하였던 한 해이다. 신발을 수입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무척 부족했음을 절실하게 느낀 해이다. 양말을 하면서 필맥스의 발가락양말은 기능성 양말이라기 보다는 패션양말이라고 자부하면서, 독일.핀란드에서 양말 패션쇼도 했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신발을 국내에서 판매를 하다보니 ‘아, 내가 너무 단순했구나!’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필맥스 신발의 색상을 기본적인 색상이라고 하는 백색과 흑색위주로 구성했었다. 등산용 내지는 워킹용이니까 지나치게 화려함보다는 남의 눈에 덜 띠면서 기능이 우수함을 강조하려고 했었다.



막상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하다보니 기능성 신발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디자인’이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패션성이 있어야 했다. 한국사람들의 색상 감각이 굉장하였다. 몇 년전만해도 단색위주의 튀지 않는 점잖은 색상이어야 했는 데, 이제는 단순한 색은 ‘촌스러움’으로 인식된 것이다. 제임스 B 트위첼이 지은 ‘럭셔리 신드롬’에서 말하듯이 ‘사치의 반대는 검소가 아니라 비천함’이라는 말이 어느 새 한국에서도 진실이 되버렸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도서관에서 디자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빌렸다.



이 책은 25개의 극단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생각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일상의 어떤 경험도 지나치게 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뻔한 것들에 숨겨져 있는 뻔하지 않음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나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 사물을 다루면서 두 개의 짝 또는 대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양 극단을 대비하는 시도는 ‘발상의 표현’의 주요한 방식이다. 비록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지만 과감히 극단을 설정해보는 일은 예기치 않은 발견을 가능케 하고 또 간관하기 쉬운 특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치 만화가의 과장된 캐리커쳐가 한 인물을 더욱 실감나게 드러냄으로써 ‘슈퍼 초상화라고 불리듯이 말이다.”



환경미화원 근무복 vs 아폴로 11호 우주복, 중국집 철가방 vs 야쿠르트 아줌마, 매스게임 vs 에어로빅



그럼 나는 무엇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나?

굽이 없는 신발 vs 킬힐, 기능성 신발 vs 패션신발, 맨발신발 vs 온 다리를 감싸는 부츠, 가죽끈으로 발을 감싸면서 야성적인 글래디에이터 vs 신발같지 않은 최대한 겸손한 신발, 화려하고 우아한 마놀로 블라닉 vs 단순하면서 발을 강조하는 신발



극은 극으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또한 필맥스 신발이 대단히 극단적인 디자인임을 실감했다.

또한 더 많은 극단을 찾아내야 함을 알았다.



난 이런 재미로 책을 읽는다.

날마다 새로움, 책마다 새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