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비즈니스를 치열한 경쟁만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는 전쟁과 달리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도 아닐뿐더러 제로섬의 게임도 아니다. 비즈니스는 파이를 만들 때는 협력이고, 그 파이를 나눌 때는 경쟁이다. 다른 말로 하면 비즈니스는 전쟁인 동시에 평화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전쟁과 달리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도 경쟁할 수있다. 만일 죽기 살기로 싸워서 그 파이를 못쓰게 만들면, 가져갈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결국 이 것도 저 것도 다 잃게된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는 경쟁자와 협력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수있다.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 것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얻을 수있다. 그래서 난 비즈니스가 좋다.

 

때때로 무역에 관한 강의나 이야기를 남들에게 해줄 때 꼭 하는 말중의 하나가 ‘나의 이익보다 바이어의 이익이 앞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어의 이익이 없다면 나의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제품이 아무리 좋고, 가격이 적당하다고 하여도 바이어가 나의 제품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이 없다면, 나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 현장에서 경험해 본바로는 대다수의 해외 출장자들은 지나치게 자기 위주의 생각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가격을 높게 받아서 자기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 데만 골몰한다. 하지만 바이어도 어리석지 않다. 왠만한 제품은 바이어도 한국과 중국의 생산코스트를 알고 있다. 그런데 디자인이 약간 다르다고 가격을 높게 부르거나, 높은 수량의 ‘최소 주문량’을 요구한다면 바이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나는 지금 핀란드, 독일 및 카나다 바이어와 10년이 넘게 거래하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금전적 거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 목청을 높이면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바이어와 싸운다’는게 이해되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는 Feelmax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제로는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차세대에까지 현재의 사업을 물려주자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해가면서 나만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는 것과 이 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사람은 나라는 것도 모두들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믿어주고 중국이나 터키와 같은 경쟁국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제안이 왔을 때도 거절을 하고 10년이상 싸우면서 같이 가고 있다.

 

이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하여는 단순한 ‘영어실력’이상의 것, 바로 ‘본심’이 전달되어야 한다. 비즈니스는 그냥 물건만 보여주고 가격을 깎는 곳이 아니다. 바이어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장시간 이야기하면서 서로간의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논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어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상담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가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쁜 바이어를 머물게 할 수 있다. 나의 본심, 즉 ‘당신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의 이익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마음놓고 거래할 수 있는 좋은 거래선은 나만큼이나 바이어에게도 절실하다.

 

어쩌면 그간 내가 수출만 했기 때문에 국내 비즈니스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신발의 내수를 시작하면서도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경쟁자와의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경우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내 물건을 팔아줄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제조업자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발가락양말은 한국에서 나의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맨발신발은 태국에서 제작해서 수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중간자적 입장이 아니다. 이 신발을 국내외에서 장기적으로 Feelmax라는 브랜드로 팔아야 하는 제조업자의 입장이다. 따라서 난 가능한 한 많은 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다보면 ‘적자생존’의 논리로만 사람을 대하는 사장을 보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속을 감추더라도 대하기가 좀 거북하다. 이해득실의 계산이 철저한 장사판에서도 ‘약삭빠르다’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번 속지 두 번속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사회가 큰 것같지만, 결국 ‘한두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내 손바닥’이라고 할 만큼 좁다. 그런 사회에서 ‘약삭빠르다’고 소문나는 것은 매장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딱 한번하고 말 장사라면 그런 말에 개의치 않아도 된다. 어차피 두 번다시 볼 사람들이 아닌 데 뭣하러 잘해주겠나. 그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장사란 하루 이틀하는 게 아니다. 그럼 나의 국내 바이어들 또한 이익이 없다는 당연히 내 물건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도 이익이 되야 하지만, 나의 국내 바이어들도 이익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까지 기존의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맨발신발’이라는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다행히도 요즘 ‘워킹슈즈(걷기용 신발)’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럼 난 일단 이 시장안에서 경쟁을 하려고 한다. 제품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지만 굳이 그 시장에 들어가서 경쟁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단 워킹슈즈 시장이라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맨발신발 시장이라는 것도 없었지만, 워킹슈즈 신발 시장도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그 시장이 최근의 걷기붐을 타고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몇몇 신발업체에서 워킹슈즈를 만들어 냈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경쟁하면서 파이를 키우는 작업에 나도 동참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타의 워킹슈즈 제조업체와는 입장이 많이 다르다.

 

그들은 충분한 자금력으로 시장에서 상당한 광고를 하고 있다. 그에 반하면 나는 꾸준히 우리도 워킹슈즈 신발이라고 소리치면서 나의 신발을 팔아줄 유통업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행히도 신발은 의류와 달라서 남의 브랜드도 자신의 매장에서 같이 파는 ‘편집샵’이 많이 있고, 그 거래방식도 다른 산업계에 비하면 상당히 신사적인 면이 있다. 실제로 이 ‘맨발같은 신발’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시장에 들고 나왔을 때만해도 무척 힘이 들 것으로 겁을 먹었다. 물론 자금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워낙에 내수판매 그것도 전혀 경험이 없는 신발업계에 뛰어들려니 아는 게 없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포기하지 않고 버텨오면서 갈수록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내가 돌아다니면서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사이트에 나의 제품을 팔아줄 것을 부탁하던 사람들이 워낙 잘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나의 제품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처음보는 제품이라 시장성은 아주 확신은 못하겠지만, 일단 시작은 해보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난 상당한 무형의 이익이 있었다. 예를 들면 매장의 비용이 매우 비쌀 텐데도 굳이 필맥스(Feelmax) 신발을 전시해서 판매하고 있고, 온라인 샵에 자신들이 제품을 올려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수많은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그러면서 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현재의 단기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이 제품이 시장의 트렌드에는 맞는 것이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제품의 판매에 관여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시장에서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Feelmax라는 브랜드로, 맨발신발(barefoot shoes)라는 역시나 생소한 제품을 가져온 나에게 국내 판매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해주고 있다. 그 들은 윈-윈 게임(win-win game)을 기대하면서 그 가능성에 높은 기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게임에서 이기거나, 압도적이지 아닐 지라도 분명한 입지를 확보했을 경우 모든 파이를 그동안 나에게 호의를 준 사람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나눌 것이라는 의지를 그들에게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 것은 외국 바이어와 마찬가지로 영어만 잘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말로만 번지르하게 한다고 믿어줄 사람은 없다. 항상 그런 진심이 있어야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