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시절인 90년대 초반, 일본 대학생과의 교류 동아리 활동을 했었죠. 그때만 해도 일본이라는 나라는 미국을 제치고 차세대 넘버원(No.1)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 생각했죠. 90년대 초반의 부동산 하락과 불경기는 그들이 잠시 겪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90년대 초반 그들의 불황은 통과의례가 아닌 지옥 같은 장기불황의 서막임을 세월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때부터 줄곧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그러한 깨달음을 피부로 느꼈던 저로서는 GDP 2만불에서 3만불로 넘어가지 못한 채 여전히 주춤거리는 우리경제를 바라보면서 이 또한 잠시 겪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의 서막이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터라 최근 출간된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책의 제목은 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경제성장률, 물가, 투자, 금리, 모두가 최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인 홍성국 부사장이 지은 책 「세계가 일본된다」(2014, 메디치)는 일본은 25년째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장기불황의 특징은 경제성장률, 물가, 투자, 금리가 모두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 4저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일본화(Japanization) 현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이제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이를 한마디로 ‘전환형 복합불황’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환이란 성장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며, 복합이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는 의미로 세계는 이미 성장의 시대가 끝났으며, 불황이 경제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세계가 일본과 같은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총 8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크게 카테고리를 그렇게 묶었을 뿐,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그 중에 인상 깊은 것은,

* 그 동안의 기술혁신과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발전으로 너무나 많은 물건이 생산되고 있다는 공급과잉 문제,

* 미래의 소비자는 늙고 가난해져 가고 있다는 점,

* 사회 전체의 부가 소수에 편중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소비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문제,

* 늘어나는 부채,

* 세대 간의 갈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러한 일본화를 타계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저자 스스로도 이는 구체적이지 않고 매우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현재의 세계는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졌고, 아직도 세계 각국의 정치가, 관료들은 대부분의 정책을 만들 때, 성장을 전제로 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정말 이 책대로 세계가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치닫고 있는지 또는 이를 벗어날 해결책은 요원한지에 대해선 독자들의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경제가 앞으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는 지금, 이 책은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기에 사무라이들은 “칼의 시대는 끝났다(刀の時代は終わった)”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그렇게 외쳤지 여전히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던 일부 사무라이들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정말 저자의 말대로 성장의 시대가 끝났고, 이제는 ‘신 4저의 시대’라면 그에 맞는 처절한 반성과 행동에의 변화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다양한 숫자나 사례, 아울러 저자의 맛깔스런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저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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