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제 범위안에서 고민이 있으니, 가난한 사람은 부자부러워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어차피 죽으면 맨 몸으로 흙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아등바등 살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장사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하면 ‘약올리나!’하면서 다시 쳐다본다.

 

소기업 사장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인지. 우선 사장들은 스님이나 신부가 아니다. 평범하게 살려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 모두 평등한 세상에서 살려고 장사시작한 거 아니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말하는 것도 맞다. 세상에 인연이 없고 가족이 없는데 그리고 도를 닦으면서 살아야 하는 성직자가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사장들이 그렇게 살면 세상 망한다. 사장들은 욕심이 많고 성취욕이 높아야 한다. 이병철과 정주영이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면 지금의 삼성과 현대는 당연히 없다.

 

삼성과 현대, 구멍가게 사장들의 꿈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장들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할뿐더러, 허구헌 날 무너지고 망가지고 또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도대체 왜  사장들은 그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갈까? 도대체 그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무엇일까?

 

 

중소기업의 약점

① 높은 실패율, ② 시간의 압박, ③ 적은 수입, ④ 과도한 업무, ⑤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의 어려움, ⑥ 경영 다각화의 어려움, ⑦ 지명도 확보상의 어려움 (현대 중소기업 경영론, 김종재)

 

어디 소기업은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이 것뿐일까? 자세하게 세자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그 수많은 것들을 요점만 간단히 하라고 하면 돈과 사람이다.

 

우선 돈이 없으니 걸리적 거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기술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 세상에 큰 소리한번 못쳐보고 사라진다. 사장의 의욕이 넘치고 기술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헤어날 길이 없는 게 이 세상이다. 장사를 하면서 돈이 없다는 것은 학교를 다닐 때 꼴찌를 하는 것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 특히 은행이나 카드등의 남의 돈을 썼다면 무시받는 게 아니라 온갖 연체이자에 기존 대출상환 압력까지 쌍코피터지게 두들겨 맞는다. 사실 사업상 어려움의 90%는 바로 이 돈 때문이다. 일단 돈만 있으면 실력이 있거나 없거나 의욕이 없어도 일은 굴러간다. 돈, 돈, 돈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이자, 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가장 골치덩어리이다.

 

그 다음으로 겪는 소기업의 어려움은 사람이다. 우선 혼자 일하는 소기업 사장이라고 하면 ‘한 수접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필맥스 사장하면 얕보지만, 같이 술먹는 사람이 대기업 이사라고 하면 한 번 더 본다. 나도 거기 있었고, 옆에서 술먹는 사람은 내 친구이다. 그런데 그게 모두 소용없다. 그냥 얕본다. 심지어는 직원들도 얕본다. 사세가 늘어나고 직원을 더 뽑으려고 해도 도무지 원서 한 장들어오지 않는다. 전화도 하루에 한통오거나 말거나, 사장이 직원을 면접하는 게 아니라, 직원이 사장을 면접한다. 그러고서는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 한 번 더 타야한다고 오질 않는다. 그러니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직원을 뽑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찌 어찌해서 겨우 직원을 뽑아도 이직이 잦다. 구멍가게 수명이 짧기도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마저 기꺼이 있는 직원도 별로 없다. 그냥 그만두면 그나마 낫다. 영업비니 활동비니하면서 돈을 들여 기껏 가르쳐놓으면 독립하겠다고 하면서 기존의 고객들은 흔들어 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월급이라도 삼성.현대만큼 주면 남아있을까마는 그러기가 어려우니 이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사업을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두 요소, 돈과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은 또한 효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업을 할 때 하루에 옷핀을 1000개를 만들 수있다면, 혼자서 전 공정을 할 때는 단 10개 만들기도 힘들다. 그런데 대기업은 업무 분장이 기능적으로 나뉘어져, 일의 효율이 매우 높다. 이에 비하여 소기업은 사장이 거의 모든 일을 해야하다보니 사실상 분업의 잇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 직원이 사장처럼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 알려고 달려들지도 못할뿐더러, ‘권한과 의무의 위임’이라는 게 구멍가게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짐이 오면 짐도 나르고, 사무실도 청소해야 하고, 밖에 나가서 영업도 해야 하고, 들어와서는 경리장부도 챙겨야 한다. 흔히 소기업의 강점으로 ‘재빠른 의사결정’을 말하지만, 사실 그 결정방식은 거의 주먹구구식이라 잘못된 결정도 수없이 한다. 다만, 잘못된 사항을 고치는 것도 빠를 뿐이다. 게다가 그 때마다 항상 금전적 대가를 치루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대비 산출도 낮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다수의 소기업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운명이었다. 그런 걸 사장들도 모르는 바 아니다. 기왕에 덩치가 커져있는 왠만한 회사의 ‘월급장이’의 임원이 되려고 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러니 알량한 기술이나 지식을 믿고 창업을 해서 사장이 되는 것은 정말 ‘무식하고 용감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세상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로 이런 돈키호테같은 사장들이다. 지폐에 있는 거북선 그림만으로 ‘배’를 주문받고, 그 때부터 조선소를 지은 정주영이나, 모든 사람이 반대하는 반도체를 끝까지 밀어부친 이병철도 돈키호테의 배다른 형제이다. 나역시 아직까지 남들로부터 철빨리 들고 제대로 일같은 일을 해보라는 충고를 듣는 돈키호테의 먼 친척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창업사장들은 돈키호테같은 사람들이다.

 

사장들의 그 돈키호테같은 무모함과 저돌성이야말로 구멍가게의 최대 약점이자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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