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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09년 10월 18일

[창간 45주년 `韓流 이젠 경제다`] (3) 삼성ㆍLG가 만들면 `세계표준`…소니ㆍ노키아 “우리도 베끼자”

#일본 소니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TV시장에서 지존,부동의 황제처럼 군림해 왔다. 하지만 지난 1년여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자갈길을 지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에도 추월당하고 말았다. 소니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선택한 전략은 ‘한국식(式)’이다. LG전자가 테두리 두께를 줄여 세련되면서도 화면이 더 크게 보이는 ‘보더리스(Borderless) TV’를 내놓자 소니도 다음 달부터 화면 테두리를 거의 없앤 초박형 TV를 출시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딛고 질주하고 있는 한국식 마케팅과 공격경영 DNA는 글로벌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만들면 세계표준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휴대폰 · LED TV,’경제 한류’ 이끈다

TV는 대표적 ‘경제 한류’ 제품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40 · 46 · 55인치대의 ‘LED(발광다이오드) TV’ 제품군을 글로벌 시장에 투입했다. 소니가 기술을 먼저 개발해놓고도 머뭇거리는 사이 삼성은 LED를 새로운 TV 카테고리로 만들어냈다.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자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등도 올 연말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태세다.

한국 기업이 만든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손잡고 개발한 모바일 디지털TV 기술은 지난 16일 미국 표준으로 최종 채택됐다. 차세대 모바일 TV의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이 쥐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휴대폰에 쓰이는 20핀 충전단자 규격은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국제표준 초안으로 선정됐다.

◆”한국 기업의 시스템과 마케팅을 배워라”

국내 정유사들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축적한 정유기술을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SK에너지는 베트남 최초의 정유공장인 빈손 정유공장 운영을 위해 전문 기술인력 103명을 5년간 베트남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일부 공정에 대한 기술 전수 수준을 넘어 국내 최초로 다른 나라의 정유공장 운전과 조직운영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기술 한류’로 손꼽을 만하다. 김영태 SK에너지 부사장은 “지난 47년간 쌓아온 수준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2003년부터 오만 소하르 정유공장에 시설운영 및 정비업무를 지원해 왔다.

세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국내 유 · 무선통신을 엿보러 오는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최대 이동통신사인 비보의 파울로 테이세이라 총괄 수석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은 지난달 LG텔레콤 본사를 방문했다.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오즈’의 개발 과정과 마케팅 전략,서비스,단말기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책 제목 : 신 창조론
저자 : 이 면우

고스톱을 하다가 파투가 나면 우리 민족은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패를 많이 모아 놓은 기득권자가 제 아무리 큰 소리로 불평을 하더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두말없이 화투를 새로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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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토를 잘 치지 못합니다. 도박이 워낙 서툴기도 하지만 남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합니다. 도박꾼의 최상의 가치는 ‘포커페이스’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대체로 포커페이스에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일단 나의 패부터 깔아놓고 ‘자, 내 패는 이런데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달겨드는 데 우리네의 협상 스타일입니다. 그럼 상대는 당황을 하지요. 저게 진심인지 아니면 형편없는 패를 들고 헛소리를 치는 것인지 무척 고민을 하지요.

그런 면에서 대조적인 스타일이 영국입니다. 전형적인 포커페이스입니다. ‘영국인은 신사입니다’라고 선언하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무엇이 ‘신사적일까?’라고 영국인에게 물으면 ‘그건 내가 해석하는 거야, 묻지마. 그냥 내가 들고 있는 권총구멍만 보고 대답해’ 라는 살벌한 얼굴만 보여줍니다.

한국인과 영국인의 도박은 매우 다릅니다. 한국인은 처음부터 패를 깔아놓고 협상을 시작하지만, 영국인은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하는 게 기본이지요. 그 바탕에는 게임의 룰을 누가 정하는 가에 대한 생각이 다릅니다. 영국인은 자기네가 정하고 편의에 따라 수시로 바꾸지요. 그에 반해서 한국인은 상대가 정한 룰을 존중합니다. 굳이 우리 것을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는 판을 깨버립니다. 영국인은 판을 깨는 대신에 자신에 맞게 고집합니다. 한 쪽은 총을 들고, 한 쪽은 무대포이지만 총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동안 세상돌아가는 게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좀 참아줄려고 했는 데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오래 참았습니다. 한 오천년. 이제와서 우리가 판을 파투시킨다고 해서 ‘좀 심하네’라고 불평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남의 패가 좋을 때 파투시킨 적도 없고, 남이 나의 패를 파투시킨다고 화투판을 뒤업은 적도 없으니까요.

이제 남이 만든 판은 파투시키고 우리가 만든 판을 만들 차례입니다. 판이름을 무어라고 정할까요? ‘이순신고스톱, 세종대왕고스톱, 아니면 장보고 고스톱!’

기왕이면 ‘홍재화고스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