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마술 - 『비포 선라이즈』

명심보감 언어편 7장에 보면 주봉지기천종소(酒逢知己千鐘少)요 (화불투기일구다(話不投機一句多)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술은 지기를 만나면 천 잔이 적고 말은 뜻이 만지 않으면 한마디도 많다 라는 뜻이다. 즉 말이란 의사가 서로 통하는 사람끼리 만나야 비로소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으며 동시에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를 즐겨본다. 그 프로는 근데 혼자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지인들과 어울려서 여행도 같이 하고 , 만나서 맜있는 음식도 먹고 거의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잘 어울리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프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결혼을 안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거기 출연자들을 보면서 저렇게 좋아 보이는 사람도 결혼을 안 한 것을 보면 역시 결혼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을 위해서는 우선 연애를 해야 하는데 연애에 대한 교과서라고 내가 생각하는 영화가 있다.

1995년 작품인 『비포 선라이즈』으로 이 영화는 이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총 3부작을 통해 남녀 주인공의 20대에서부터 중년까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시는 미국인 청년으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유럽에 왔다가 여자친구에게 채이고 돌아가는 도중 유럽을 여행하는 중이었고 셀린느는 파리 소르본느의 학생으로 할머니 집에 머무르다 학교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우연히 열차 안에서 만나게 되어 하루종일 낯선 거리를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6개월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끝이 나는 영화이다.

내가 생각하는 연애에 대한 정석과는 다른 점을 많이 보여준 영화이다. 보통 연애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밀당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밀당보다는 자기의 진심을 많이 상대에게 말을 해 준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비엔나의 떠들썩한 술집안에서 친구에게 전화하는 형식을 빌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처음보는 남자와 기차에서 만나 비엔나에서 내렸어” 라고 하니까 “너 미쳤니 ?”라는 말을 듣지만 그래도 솔직히 그 남자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근데 그렇게 말하는 여주인공이 너무 사랑스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이란 것이 가장 좋은 대화법이라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연애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근데 이 영화를 보면 참 많은 대화를 한다. 아주 어린 시절 유년의 이야기에서부터 미래의 이야기까지 참 많은 속 깊은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감정의 교류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한다. 어쩌면 이런 대화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누구나가 한 뻔쯤 꿈꿔봤을 그런 판타지를 아름다운 이국의 도시 풍경과 여행이라는 상황속에서 만들어낸 단지 아름다운 영화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연애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앞ㅇ로는 많은 대화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셀린느가 어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분은 평생동안 자신은 일이나 출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런데 52세가 되고 보니 문득 아무것도 베풀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알고 울먹거리면서 그때 그분이 했던 말이 “ 신이 있다면 내 안이나 당신안에 있는 게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에 존재한다고 믿어 , 이 세상에 마술이란 게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라는 말을 해 준다.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그런 대화의 시도는 영화속의 대사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어떤 마술보다 더 마술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12월 앞으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날들, 마술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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