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내려놓고 이젠 편히 쉬소서…노 前대통령 국민장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國民葬)으로 엄수됐다. 지난 23일 새벽 ‘너무 슬퍼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고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봉하마을에서 발인제를 끝내고 마지막 상경길에 올라 오전 10시50분 경복궁에 도착했다. 영결식은 오전 11시 노 전 대통령을 모신 운구차량 행렬이 식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군악대의 조악(弔樂) 연주와 함께 시작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건호 · 정연씨 등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김대중 · 김영삼 전 대통령,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등 외교사절,정 · 관계 주요 인사 등 2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국민장 장의위원회 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고 명복을 빌었고,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는 “대통령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영결식은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유족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헌화,국립합창단의 ‘상록수’ 합창 순으로 이어졌고 삼군(육 · 해 · 공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이날 오전 5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발인제에서는 2만여명(경찰 추산)의 조문객들과 주민들이 영구차에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영결식을 끝내고 경복궁을 떠난 운구행렬은 세종로를 거쳐 노제 장소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경복궁부터 서울광장에 이르는 도로와 광장 주변을 메운 18만여명(경찰 추산,주최측 추산 50만명)의 시민들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풍선을 하늘로 띄우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책 제목 : 나는 왕이로소이다
저자 : 홍 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 뚝 앞으로 쫒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연하고 앉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바위에서 날마다 자고가는 뜬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는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

미국의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던 해병대보다도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짐작하는 음모론이 그 원인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운도 이 못지 않다.
왜 한국의 대통령들은 모두 말년이 힘들까?

홍사용이 말하는 눈물의 왕은 어느 특정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암울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의 독백이다.

지금 그 시를 읊어도 여전히 우리 시대에 유효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십왕전에서도 쫒겨난 나는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불쌍한 ‘왕 만들기’를 그만 했으면 좋겠다.
살아계실 때 지금 우리가 표현하는 애도의 슬픔의 지극히 일부만 격려의 표시를 했어도, 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일제치하의 불운한 나라가 아닐뿐더러, 어느 한사람이 독재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눈물의 왕’을 만들어가고 있다.

있을 때 잘하자, 잘하고자 할 때 더 잘하라고 격려하자, 물러났을 때 잘 했다고 칭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