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적색경보 ‥ `마이너스늪`에 빠진 수출,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니,이럴 수가….”

수출 한국호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 그냥 빨간 불빛이 아니라 심연(深淵)의 끝에서나 느껴질 것 같은 검붉은 색깔이다. 미국에서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수출이 둔화됐던 2001년보다 더 큰 시련이 우리에게 닥쳤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수출 전선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9월만 해도 27.7%에 달하던 수출증가율(전년 동월비)이 10월엔 8.5%로 떨어지더니 11월엔 -18.3%로 급락한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무도 두 자릿수의 감소를 예상하지 못했기에 언론들도 ‘쇼크’라는 표현을 썼다. 수출 관련 기사에 쇼크라는 말이 붙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수출을 총괄하는 지경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수출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는 심각했다. 주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보다 최대 30%까지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거의 모든 지역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상반기 내내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출을 살려야 한다”

수출 증대에 온 나라의 가용 자원이 총동원됐던 1960~70년대에는 수출확대회의라는 것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매달 이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수출을 주도했던 종합상사 등 기업들은 할당받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실적 달성은 곧 수출금융 지원으로 이어졌고,이는 다시 수출 증가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수출의존도는 한국이 36.7%로 미국(7.9%)일본(14.9%)영국(18.9%)보다 훨씬 높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36.3%)에 비해서도 약간 높다. 이런 수출이 꺾이면 그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내년 3,4월이 되면 중국 내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다시 생산을 늘릴 가능성도 없진 않다”며 “그 이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통업체들의 재고가 급속히 소진될수록 이를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압력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에 좌절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생산원가를 더욱 낮추고 품질경쟁력을 높이면 조만간 다가올 수출 호황기에 다시 효자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수출, 제대로 알고하면 100배 늘릴 수있다

저자 : 정종래

나는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하나의 꿈을 품고 있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업 등록업체 수는 9만개정도인데, 이 중에서 단 1달러라도 실제로 수출하고 있는 업체는 3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감히 단언하건대, 실제 수출하는 업체 수가 등록업체 수의 절반, 즉 4만5천개 정도가 되면, ‘제2의 IMF위기’니 하는 등의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날을 나는 고대한다.

2001년들어 국내외 악재가 수출전선에서 작용하여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감소세로 반전하는 심각한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어려울수록 더 강해지는 우리의 근성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하는 기회로 여기고 수출 경쟁력 확보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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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제법 안다는 사람들이 수출에 대하여 말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이전과는 달리 수출을 많이 해도 창출되는 일자리가 작기 때문에 70년 개발독재시대처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이제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줄어들면 내수도 줄어든다. 수출증대없이 내수를 확대할 수는 없다. 물론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산업과 같은 거대장치산업에 있어서 수출의 취업유발 계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즉 수출 증가액 10억원당 95년의 26명에서 2003년 13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출한계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좀더 따져보자.

이제는 더 줄어서 10억원당 10명이라고 치자. 그러면 100억이면 100명, 1000억이면 1000명, 1조면 1만명이다. 달러로 환산했을 때 1억달러만 수출이 늘어도 1500억원이 되고 1500명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내년도 수출목표가 5000억달러이고 금년 수출 추정액이 4550억달러이다. 550억불의 수출을 늘린다는 목표이다. 그렇다면 대략적으로 따져서 수출로 인한 취업증가는 67.5만명이 된다. 작지 않은 수이다. 뿐만 아니다. 수출 취업유발계수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취업유발계수가 줄어드는 것은 거대 산업에서 설비투자의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겨나는 생산성 증대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수출은 생산성 증대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측면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의 독특성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업의 제품을 더 많이 찾아내서 이들이 수출할 수있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수출유망기업 선정’, ‘경기도 우수상품 선정’등의 수출지원 시책이 있다. 하지만 더 늘려야 한다.

해외 전시회를 나가보면 중국 기업만을 위한 전시면적의 규모가 다른 모든 나라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큰 경우가 많다. 사실 보면 물건같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도 꾸준히 나온다. 그리고 어딜가나 중국관은 있다. 그들은 참가비 자체를 나라에서 대주는 경우가 많다. ‘중국관’은 나라에서 만들고 개인 호텔경비와 항공경비정도만 내면 외국의 유명한 전시회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참가비의 50%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그 숫자도 연간 100여회를 조금 넘는 정도로 ‘한국관’이 구성되고, 참가업체 수도 10-15개 정도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개척단의 숫자도 줄인다고 하는 모양이다. 각 시장개척단의 규모를 늘리는 대신에 전체적인 숫자는 줄이겠다는 계획인 모양이다. 하지만 규모도 늘이고 숫자도 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리면 수출로 인한 취업유발계수는 10이 아니라, 15가 될 수있다.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의 생산방식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 책을 쓴 정종래씨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전 한국기업의 수출기업화가 이루어지는 날, 그의 소박한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