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 (34) 피스코리아 ‥ “지금은 미국인들도 우리제품 쓰죠”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일자 : 2008년 11월 13일




흔히 호치키스라고 부르는 스테이플러.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이플러를 유심히 살펴보면 십중팔구 ‘평화(Peace)’라는 상표가 붙어 있다. 스테이플러침도 마찬가지. 이 상표를 쓰고 있는 업체는 피스코리아. 국내 스테이플러와 스테이플러침 시장의 7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스테이플러뿐 아니라 펀치,가위,커터,스탬프,핀 등을 생산하는 등 금속문구류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업체다.






1960년대 말부터는 스테이플러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마침 국내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1970~80년대에는 주문량을 미처 대기 힘들 정도로 공급이 달렸다”고 회고했다. 서울지역 납품 물량이 늘어나자 회사를 1971년 서울 성수동으로 옮겼다. 일본의 금속문구제조업체인 MAX와 기술 제휴 계약을 맺는 등 사세가 신장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우용 사장(54)은 1981년 부친을 돕기 위해 입사한 뒤 기술개발과 함께 인천 남동공단 및 경기 이천공장 등으로 생산라인을 확장했다.




신 사장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고 2004년 2월에는 창업주인 신중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정식 승계했다.




1998년 계열사를 통합해 지금의 상호로 바꾼 피스코리아는 스테이플러침만 해마다 800t 정도를 생산하는 등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상하이 법인과 미국 ‘피스 인더스트리'(Peace Industries,옛 에이스 패스너)는 신 사장의 동생인 신승용 사장(52)과 신경용 사장(49)이 각각 가업승계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이천=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히든 챔피언

저자 : 헤르만 지몬




스위스의 시계 생산회사인 스워치시계를 만든 장본인이자 당시 스워치사장을 맡고 있던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시장의 하위에 있는 저가부문을 저임금을 지불하는 국가의 경쟁사들에게 양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프리미엄 부문에 있으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있는 전략은 하위에 속해있는 부문과 경쟁하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히든 챔피언들이 이 전략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센서기술로 시장 지배력을 지닌 회사들 중 하나인 ‘시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그렇게 되기 위해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개발 과제를 부여받았다.

1. 보통 부문에서 동일한 성능의 제품을 25% 낮은 원가로 생산하기

2.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같은 가격에 25% 더 높은 성능을 내기




히든 챔피언들은 스스로 하는 것을 유독 선호하고 아웃소싱을 반대하는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웃소싱은 현대적 경영이론서에서 흔히 만병통치약처럼 칭송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임금과 고정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러나 사실 아웃소싱을 결정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대체로 원가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은 히든 챔피언들의 경쟁상의 최고 장점이다. 그래서 이런 품질에 대한 요구로 인해 핵심성분의 생산을 다른 회사에 맡기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제품이 가진 유일무이한 장점이 상실될 게 뻔하다. 아웃소싱함으로써 발생할 수있는 또 다른 위험은 노하우의 노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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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대를 잇는 가업’이라는 시리즈물을 연재하고 있다. 사실 기업이 대를 잇는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외적인 환경으로는 ‘2-3세대에 걸쳐 경영하는 기업’을 족벌기업으로 폄하하고 이를 세금으로 응징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고, 내적인 환경으로는 비록 앞 세대에서 성공적인 경영을 하였다고 하여도 다음 세대가 이를 기꺼이 이어받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는 이러한 내.외적인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십년 간 성공적인 경영을 해온 기업들이다. 이른 바 ‘한국적인 히든 챔피언’들이라고 볼 수있다.




이번 시리즈에는 ‘피스 코리아’가 소개되었다.

피스 코리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평화(Peace)’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는 스테이플러이다. 난 어렸을 때 피스가 ’종이를 묶어주는 도구‘의 고유 명사인 줄 알았다. 좀 무식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이다.




이 기사와 이 회사의 홈 페이지에 의하면 회사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하여 내 책상에 있는 몇 가지 Peace 제품을 찾아보니 모두 ‘한국제’이다. 물론 일부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멕시코에서도 생산하고 있겠지만 주 생산기지는 한국인 것이다. 요즘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예외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한국에서, 나만의 공장에서의 발가락 양말 생산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 공장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비를 갖는 다는 것은 대단한 위험과 어려움을 지닌다. 우선 생산 물량을 일정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다. 많아도 고민, 적어도 고민인 게 공장의 생산 효율성이고, 바이어에 대한 납기의 문제이다. 그래서 내가 공장에 투자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렸다. 물론 그 때만해도 제조업의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공장이 아주 특별한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과 같은 기계를 갖고 있다. 그럼 사람들은 같은 기계이니 같은 물건이 나올 줄 안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기계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기계를 만지는 가에 따라 나오는 제품이 다르다.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알 정도의 차이는 있다.




똑같은 라면을 끊이더라도 어떤 사람의 라면은 좀더 쫄깃한 면발이 있다. 라면을 끊이는 시간, 물의 온도에 더하여, 끊는 라면에 찬 물을 약간 부어주는 정도에 따라 라면의 쫄깃함이 달라진다. 그 것은 라면을 끊이는 사람의 기술과 성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만드는 가에 따라 생겨나는 제품의 그 미세한 차이가 나의 브랜드인 ‘Feelmax’만의 특별함을 만들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차이는 현재까지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를 잇는 가업’에서는 그런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들고, 그 기업이 세계적인 ‘챔피언’이 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시리즈가 작지만, 강한 기업이 우리 경제에 존재하고 있음을 더욱 더 많이 부각시켜 어려워져가는 경제에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