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닷컴 >뉴스
일자 : 2008년 5월 23일
기사 : 신용 위기 여파로 파생상품 시장 급성장

지난해 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시장 규모가 600조달러에 육박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로 신용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블룸버그통신은 22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인용,지난해 주식과 채권 통화 금리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596조달러(약 62경1000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BIS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BIS의 나오히코 바바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신용위기가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세를 촉진했다”며 “특히 채권 시장의 혼란으로 헤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반기별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 15% 신장,상반기 성장률(24%)에 비해선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파생상품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파생상품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에서다.재임 중 파생상품 옹호론을 폈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그린스펀은 2001년 엔론 사태 당시 “금융 시장에 충격이 작았던 것은 신용파생상품과 같은 훌륭한 리스크 관리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자 “신용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 시장”이라며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지만 반드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책 제목 : 머니 사이언스
지은이 : 윌리엄 파운드스톤

천재들의 이야기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특히 앞 부분의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서 블랙잭의 패를 읽는 방법을 만들어 내고(그 이후로 블랙 잭의 딜러는 카드를 자주 섞게 되었다), 룰렛에서 구슬이 설 수있는 위치까지 예측하려했던(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 범위는 예측할 수있다) 도박에 관한 흥미있는 이야기였다.

수학과 물리학의 천재들이 도박장과 증권시장의 새로운 면을 가르쳐 준다. 왜 월스트리에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스카웃되는 지 이해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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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시장은 기본적으로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런던의 돈이 서울로 온다고 해서 부가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손해를 보아야 파생상품 펀드 매니저들은 이익을 올릴 수있다. 최소한 투자자들의 수수료라도 있어야 그들은 먹고 산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가가치가 나올 여지가 없는 것이다.

파생상품 시장과 도박장을 비교해보자.

도박장의 하우스는 장소만 제공하고 고리를 뜯거나 약간의 높은 확률을 가질 특권을 부여받는다. 중개시장이 그렇다. 중개시장은 정교하고 복잡하게 세계를 얽어놓은 컴퓨터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펀드 중개인은 하우스이기도 하면서 도박사이기도 하다.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는 하우스이고, 고객의 돈을 투자할 때는 도박사이다. 도박이나 파생상품 시장이나 참가해서 이익을 얻을 수있는 기대치는 ‘0’이거나 마이너스이다.

도박사들은 카드나 룰렛같은 도구를 통한 확률에 돈을 걸지만, 파생상품 펀드매니저들은 ‘위험의 확률’에 돈을 건다. 그런데 파생상품과 도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레버리지’=‘자산 뻥튀기’이다. 쉽게 말하면 100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0원을 담보로 80원을 대출받고, 다시 180원을 가지고 또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1994년 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 2명이 포함된  LTCM(롱텀 캐피털매니지먼트)이라는 투자회사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자산을 30배늘려서 위험 자산에 투자를 했다가 망해서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 일으킨 적도 있다. 그러니까 도박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돈의 합이 판돈 전체인 반면에, 파생상품은 종자돈의 몇십배(이론적으로는 무한대)가 판돈인  셈이다. 대신 먹으면 크게 먹고, 잃으면 확실하게 잃는다.

그렇다면 파생상품의 펀드매니저들은 어떻게 베팅을 할까?

천재들의 세계에 들어간 본적은 없지만 분명 무지하게 복잡하고,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정보들이 넘쳐날 것이다. 그래도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2명이나 있던 LTCM도 망했다.

왜?

승자와 패자는 정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큰 손이든 작은 손이든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확실한 내부정보를 가진 큰 손이나 상상할 수없을 정도로 정교한 계산 시스템을 갖춘 펀드 매니저들은 자기 정보와 시스템에 대한 과신 때문에 체계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위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험확률이 더 높아지고, 관련된 금융비용은 훨씬 커졌다. 바야흐로 ‘위험’을 먹고사는 사람들의 시간이 온 것이다.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야 판이 벌어지는 세계이다. 모든 투자자는 다른 투자자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리길 희망한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하다. 모든 사람이 ‘평균보다 나을 수’는 없다.

윌리엄 파운드스톤이 이 세계를 들여다본 ‘머니사이언스 2’를 쓰면 꽤나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