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회사(기관) 강의를 갔다. 과정이‘변화와 혁신을 위한 전직원 워크숍’인데 그중에서 필자가 담당한 것은 변화에 대한 마인드를 일깨우는 역할이었다. 현 경기와 조직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만큼 모두가 합심에서 새로운 변화와 분위기를 창출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야심있게 추진한 전직원 워크숍이었다. 그러기에 강의 준비에 더욱 신경을 썼고 내심 윗사람들의 변화 마인드 필요성을 역설하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강단에 섰다. 그런데 이럴수가! 전직원 대상이라는 워크숍에 그 많던 윗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강의장에 앉아있는 청중은 거의가 신입사원, 또는 실무자 들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결국 또 여기서 부르짖는 변화와 혁신은 공염불일 것이라는 생각이 파고 들었다. 이제껏 변화는 항상 위가 아니라 아랫사람의 몫이었거늘 괜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것이다.

‘변화’해야 한다는 명제 앞에, 맨아래의 개인들이 변화의 주체라며 위에서는 위로하고 힘을 실어 주는 척 하지만 항상 조직아래에서만 난리를 치고 위쪽의 영향력 있는 부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아래로 부터의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자고 부르짖고 있지만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변화운동은 늘 어느 윗선에 가면 막혀 기대했던 진정한 변화는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이게 무슨 변화인가?

대부분의 우리나라 조직구조는 윗선의 리더가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를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없고 힘을 발휘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쉽게 말해 현장 실무자들은 변화를 외치지만 정작 조직의 수장이나 해당 부서장이 묵묵부답이면 변화는 물거품이 된다. 반대의 경우 조직의 리더가 변화를 부르짖을 때 그 조직의 변화는 탄력을 받는다. 그러니 이제 변화의 방식을 바꿔보자. 위에서 찍어 누르는 ‘TOP DOWN'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아래로부터가 아니라 위로부터의 변화인 것이다.

한때 조직내에서 컴퓨터 교육 열풍이 일었을 때 컴맹 탈출은 정작 높으신 리더들의 변화 과제였거늘 역시나 컴퓨터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실무자 였다. 그러니 나중에 리더나 핵심 간부들은 컴퓨터를 몰라 디지털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고 실무자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애를 먹고 심지어 새로운 환경에 변화하지 않은 리더들 때문에 그들의 일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업무까지 모두 떠맡게 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고 하니 참 잘난 변화를 추구한 셈이다.

변화를 이끌어냄에 있어서 개개인은 힘이 약할뿐더러 응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리더는 개개인을 응집해 낼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 그러니 리더가 움직여야 하고 리더가 나서야 변화가 일어난다. 아래 사람이 강력하고 조리 있게 변화를 부르짖는 것보다 윗사람이 대충 변화하자고 하는 것과 현실에서는 후자의 힘이 더 센 것이다. 가령 군대에서 일개병사가 아무리 말 잘 해본들, 그보다는 사단장 한마디가 병력을 움직이게 되어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차원이 다르다.

조직 위에서부터 움직여야 한다. 밑에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한심한 리더는 하루속히 조직을 떠나야 한다.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체험해야 하는 사람들 또한 바로 윗선이고 리더이다. 만만한 아랫사람들만 매번 변화의 선봉에 서라고 하고 그들만 고생시키고 잘 되지도 않는 변화는 의미가 없다. 의사결정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수호하고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의 수단으로 변화를 활용하는 것 또한 한낱 가치 없다.

진정한 변화는 위에서부터 솔선수범이라는 굵은 동아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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