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 중서부에 위치한 코베시 일원을 다녀왔습니다.1월17일로 만 10주년을 맞은 한신대지진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신대지진'으로 알려졌지만,일본 현지에선 '효고현 남부 지진'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한신은 오사카와 코베의 일본 지명의 머릿글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1995년 1월17일 오전 5시46분에 발생한 한신대지진은 아와지섬 북부를 진원지로 발생한 매그니튜드 7.3의 강진이었습니다.당시 공식 사망자는 6천4백33명이었으며,부상자수는 4만3천7백92명을 기록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집을 잃고 임시 거처로 피난한 주민만도 31만6천6백78명에 달해 1923년 도쿄에서 발생했던 관동대지진 이후 최악의 피해를 냈습니다.효고현 남부 지역에 피해가 집중돼,코베시의 경우 사망자만 4천5백여명이 넘었습니다.

 

3일간의 취재중 첫날은 지진 진원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마을인 아와지섬의 호쿠단초 를 방문했습니다.호쿠단초에는 당시 지진으로 인해 단층이 생겼던 지역을 그대로 보존한 '호쿠단초 지진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뒤 4년만에 만든 지진 기념관은 지진현장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박물관이라고 합니다.단층으로 끊긴 도로와 무너진 집,그리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지진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념관을 운영하는 주체도 정부 기관이 아니라 주식회사라는 사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처음 만들어질 때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았으나 운영은 1백%민간에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개관 이후  매년 방문객들이 늘어 흑자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세계적으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올들어 관람객 수가 하루에 천명을 넘어섰습니다.최근에는 오사카 교토지역을 연결하는 간사이(일본의 서부지역을 부르는 명칭) 패키지 여행상품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한국말로 된 안내 팜플렛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의 방문도 눈에 띄었습니다.한신대지진 10주기를 맞아 호쿠단초 지진 기념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지진 전문가들이 모여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에 뛰어난 일본인이지만,지진 발생 지역까지 박물관으로 만들어 연구 자료로 제공하고 관광 상품화하는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둘째날과 셋째날에는 지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코베시와 인근 도시의 현장을 살펴봤습니다.코베시청에 들러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된뒤 10년간 어떻게 도시를 재건했는지도 들어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중 하나가 코베시내를 관통하는 한신고속도로의 무너진 모습입니다.10년이 지난 지금 고속도로는 더욱 튼튼하게 재건됐고 절반이상 파괴됐던 시내의 빌딩과 집들도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복구된 도시와는 달리 피해를 입은 유가족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아픔이 가셔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일주일간 시내 곳곳에서 계속된 희생자 추모행사 현장에서는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절규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엄청난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코베시는 10년이 지난 금년 초에야 도시인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1백51만명이던 시인구는 대지진 발생 직후 희생자 가족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한때 15만명이상 줄었습니다.그러다가 중앙정부와 시정부의 지원책과 인구 유치책으로 작년말에야 1백50만명대를 회복했습니다.

 

코베시는 대지진 발생후 10개년 복구 계획을 세워 희생자 수습부터,유가족 지원,도시 재건에 이르기까지 도시 재생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고 합니다.모든 일에 계획적인  일본사람들이지만 도시의 정상화에만 10년을 투자했다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랄수 밖에 없었습니다.

 

 코베시의 혼조 기획조정국 과장은 "도시 재생 10개년 계획이 마무리돼 올해부터는 2단계로 도시 발전 10개년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신대지진으로 일본은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그러나 일본이 얻은 것도 적지 않은듯 했습니다.

 

지난주 코베에서 열린 '유엔국제 방재회의'에서도 일본은 국제 재난 예방에 돈과 정보를 제공할 것임을 표명,재난 방재에서 최고 선진국임을 국제사회에 과시했습니다. 일본인의 철저한 기록과 보전,그리고 한번 겪은 피해를 다시는 입지않게 준비하고 예방하는 노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일본의 경제발전 역사를 흔히 '기록문화'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작은 정보 하나 하나를 엮고 쌓아올려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일본인의 생활 양식이야말로 배워야할 대목이라는 생각입니다.

 

일본인의 DNA(2)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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