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냐? 다 되지” 라는 재미있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우스개 소리일 뿐,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안 되는 것은 참으로 많다. 그러니 죽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 괜히 되게 하려고 애 쓰지 말고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바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움푹 들어간 곳으로 물을 뜨면 반드시 물이 잘 떠진다. 그러나 볼록 나온 반대쪽으로 물을 뜨려고 하면 아무리 용을 써도 떠지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바가지를 거꾸로 들고 도저히 불가능한 물 뜨기를 하려한다.

이른바“안되면 되게 하라” 식인데 이는 창의적 역발상 관점에서 참으로 답답한 사고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다가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던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이성에게 열 번 이상 다가가지만 넘어 가기는 커녕 괜한‘스토커’로 오해만 받을 수 있다. 그 일에 전문가도 아니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 해당 일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도저히 안되는 상황을 요행으로 넘어보려 하는 것은 로또 당첨보다도 어렵다. 이처럼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되게 하려고 하는 무모한 기대와 가능성 독려는 버려야 한다. 우리가 공수부대도 아니고.

좌우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려다가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모 단체에서는 겨울철에 단합을 위한 등산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가 찾아와 무리한 산행을 취소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은 이를 강행하여 등산 후 몸살 환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동상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무모한 처사인가?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는 특히 각성해야 한다. 아직도‘안되면 되게 하라’고 목에 힘줄 세우는 리더가 있다면 우리는 이들을 ‘앞만 보고 달리는 돌쇠’라고 불러주도록 하자. 불도우저 처럼 밀어붙이기식은 과거 규모의 경제시대나 어울린다. 명확한 검증절차 없이 생각한대로만 일을 추진해보라. 영업이 안 된다며 막무가내식으로 판매목표량을 할당 해보라. 아무리 해도 구하지 못하는 물품을 구해 내라고 길길이 뛰어 보라. 모두 잘 되겠는가? 애써 쌓아놓은 신뢰도 무너뜨리고 그로인한 후유증만 생길 뿐이다. ‘안되면 되게하라’식의 사고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 말 때문에 여러 사람 잡게 되고 괜한 곳으로 에너지만 소진하게 된다.

안되는 것에 대해서는‘포기’라는 엔터키를 빨리 누르도록 하자. 안 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되는 일에 집중하여 더 효율적인 성과를 달성하면 될 것 아닌가? 아무리 노력하고 공을 들여도 나아지는 않는 곳이 있다면 빨리 접고 되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안되는 사업부문에 대한 정리는 바람직하며 직장에서의 오르지 못할 승진에 대한 포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가능한 범위내에서 수위조절을 해야 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것이다. 자녀 교육도 그렇다. 어느 부모는 제 자식이 무조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무대뽀식 행동이 자식을 더욱 더 빗나가게 한다. 행여 기적을 바라거나 계속하면 언젠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도 버리자.

한편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들어줄 수 없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계속 붙잡고 있어봤자 고객의 불만만 쌓여갈 뿐이다. 도저히 시간 내에 가지 못하는 약속은 망설이지 말고 사정을 잘 이야기해야 하며, 들어줄 수 없는 상대방의 부탁은 자연스럽게 안 된다고 미리 알리도록 하자. 그래야 상대방이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더 크게 실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안 되는 것은 도저히 안 되는 것이니 모든 것이 다 될 것이라는 환상을 과감하게 접고 조금이라도 미련을 떨지 말자. 현실은 도저해 해 봤자 안 되는 것에 대한 새로운 발상전환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