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진짜 살아나고 있나>




지난 주말 10개월 만에 일본을 다녀왔다.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찾은 일본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거리를 오가는 보통 시민들의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오사카, 고베와 아리마온천 등 관광지를 둘러봤다. 일본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베는 화창한 봄을 만끽하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들이 들어선 하버랜드는 시끌벅적했다. 올 들어 고급스럽게 새 단장을 마친 쇼핑시설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은 연일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언론들이 앞장서 경기를 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자 1면 톱 기사로 ‘상장기업 이익 20% 증가’를 실었다.  2013 회계연도에 주요 기업의 이익이 급증할 것이란 분석기사였다. 일본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이익이 늘 것이란 자신감을 반영했다.




실제로 일본경제는 올 들어 크게 좋아졌다. 올 1분기에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16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연율 3.5%(전기 대비 0.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플러스다. 엔저와 증시 호황 등 ‘아베노믹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와 소비심리가 좋아졌다.




일본경제 회복을 놓고 국내외 전문가들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쟁력을 되찾은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란 시각이 있다. 또 한편에선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로 인한 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분명히 개선됐다. 한국 주요 기업들이 일본 엔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일본 경제 회복을 기대한 외국인 투자금도 일본시장으로 몰려든다.




주가는 이번 주 5년 반 만에 1만5000대를 회복했다.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도 회복되면서 당분간 일본경제가 활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 사회 정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경제 회복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최근 국채금리는 뛰고 있다.(채권가격 하락) 통화량 팽창으로 국채 발행금리가 급등할 경우 정부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부족한 재정 수입을 국채발행에 의존하는 일본의 예산구조상 금리가 치솟으면 국채이자 보전에만도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 일본 재정붕괴설이 나도는 배경이다.




올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 후 일본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표심을 의식해 봉쇄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연쇄파산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가 상승을 노려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마저 차익을 챙기고 떠나가면 증시 버블도 붕괴될 가능성도 나돈다.  




일본경제를 둘러싼 이런저런 분석이 흥미롭다. 지난 20여년간 일본경제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는 일본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본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0여년 동안 일본 기업들이 경기침체기 속에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업이 강한 일본경제의 기초 체력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방증한다.




11, 12일 방영된 NHK의 특집 프로그램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NHK는 ‘Made in Japan’의 역습을 통해 일본 경제의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 경제가 다시 경쟁력을 찾기 위해선 일본산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일본의 전통적인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경제 회복을 주장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유럽 경제도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 일본 등은 본격 상승세다. 한국경제만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서 이탈하고 있다. 증시도 나홀로 침체다.




지난 5년간의 ‘엔고 시대’에 한국 기업과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일본 기업과 경제가 살아나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다.

한국경제호의 재발진을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경제민주화 등 소모적인 국내 논쟁은 무의미하다. 국가 경제가 살아야 분배도 있다.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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