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아파트 담장에 장미가 멋지게 피었다. 장미의 화려함도

멋지지만, 수많은 장미가
동시에 피어서 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화려함에 취해 가까이 가 본 장미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꽃에 색과 모양이 이렇게 아름다운 데, 무엇이 부족했을까? 몇 일 뒤에 지나가는 사람이
무심코 한

말에서 비로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요즘 장미는 화려하기는 한데, 향기가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도 간단한 진실을 알지 못했음에 어이가

없었다. 문득,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도 화려한 장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국내 최고 기업의 부 사장님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분은 당연히
미국 최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박사는 물론 엄청난 경력을 가진 분이었고, 국내 산업을 오늘의 위치까지
올리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유명한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자살한 이유는 나이가 되어서 명퇴를


해야 하는데, 국내 최고 기업의 부 사장이라는 위치를 놓고 싶지 않아서, 부 사장의 위치에 있을 때,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즉, 지금 죽으면 부 사장으로 죽는 것이고, 나중에 죽으면 평범한 사람으로
죽는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 분을 생각하면 너무도 화려했지만, 향기가 없는 직장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부 사장이라는
위치가 자기의 생명보다 중요했으니, 그분이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얼마나 마음 졸이며 열심히 일을 하셨을까? 친구나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여유도
없이 일에만 전념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최고에 자리에 올랐는데, 그만
물러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 했을 때, 그 분이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에 가슴 시리다.







일을 일이고, 삶은 삶이라고 생각하실 수는 없었을까? 너무도 화려했던 그분의 삶을 바라보며,
왠지 아파트 담장의 향기

없는 화려한 장미가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늘을 사는 직장인에게 외부의 화려함보다 내부의 향기를 찾아보자고 이야기 한다면 너무 무리한
것일까? 직장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부모님도 그리고 나 자신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뻔한 말일까?







나는 부장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아버지이고, 아내의 남편이며, 대학 동기의 동창생이며, 슈퍼 가게
아저씨의 단골 손님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것이 중요하고, 어느 하나도 내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다. 나는 내가 생각한 나보다

상대방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기억하자. 상대방도 내가 있음으로 삶에 하나의
추억을 더할 수 있다.







직장인의 삶은 나의 인생에서 거쳐가는 한 단계에 불과하다. 직장인의

일 외에도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는 목이 메일만큼 큰 기쁨을 줄 일도 많다. 숨겨진 기쁨을 발견하며
살아보는 것도 부 사장님으로서의 삶 만큼이나 행복한 일이다







오늘부터, 외부의 화려함보다 삶의 향기를 기르는데 시간을 좀 더 할애해

보자.

아내에게 전화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 몰래 2만원씩

용돈도 주어보자. 그리고 건강을 위하여 술도 줄이고 나를 위한 시간도 가져보자.







그러면서, 나의 옆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행복을 하나씩 찾아보자.







향기 있는 직장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