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들이 공중에서 뛰어 내릴 때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면 나라를 지키는「젊은 사자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낙하산을 만들 때나 접을 때는 국가 간성(干城)들의 고귀한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깊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안전 낙하산을 타고, 아무런 위험도 지지 않고 책임감도 없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인사들이 사회를 좀먹고 있다. 정말이지 도덕성도 없고 능력도 없는 싸구려 인사들이 돌아가며 요직을 차지하는 사건은 헤어진 헝겊으로 나라의 동량들이 탈 낙하산을 만드는 일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공개경쟁을 거쳐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들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무뢰배들은 부끄러워하거나 자중하기는커녕 이러저러한 인연을 내세우며 조직을 휘저으려 한다. 엉터리 완장을 차고 무임승차(free riding)한 인사들이 날뛰다보니 거꾸로 전문가들이 이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서글픈 광경도 간단없이 목격되고 있다. 어쩌다 벼락감투를 쓴 주구(走狗)들이 날뛰면 날뛸수록 조직과 사회는 멍들고 썩어간다. 
  낙하산이 장돌뱅이들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조직과 사회에는 위기가 된다. 그 불량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친구여 한탕하자"며 길길이 뛰는 동안에 사회질서는 무너지고 시민들은 시퍼렇게 멍들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선거판이 모리배(謀利輩)들의 줄서기 경쟁 무대로 변모하면서 그 빌어먹을 낙하산 문제는 갈수록 꼬이고 심각하게 되었다. 선거는 시대적 관심사가 여론으로 표출되고 공약으로 결집되어 투표로 판가름 나는 과정에서 그 사회가 새롭게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는 순기능을 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과 국가의 발전방향이 논의되는 한바탕 축제마당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데 위정자들이 지역감정 같은 편가르기를 선거전략으로 이용하면서부터 선거판이 진흙탕 싸움터로 변질되었다. 선거가 정책과 이를 실천할 능력을 가진 인물을 검증하는 행사가 아니라 극단적 「편 가르기」 싸움터가 되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각종 선거 캠프에 몰려들게 되었다. 정치 철학이나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 매력이 아니라 대부분 잿밥에 눈이 어두운 건달, 거지떼들이다. 이런 오염된  분위기에서 조직과 사회의 번영보다 패거리의 영달이나 이권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병든) 의리가 횡행하면서 엽관주의(獵官主義), 편파주의(cronyism)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건달과 거지들에게 힘을 주면 물불가리지 않고 과잉충성을 하거나, "친구여 한탕하자"며 여기저기 이권을 찾아내느라 눈이 빨개지고 조직과 사회는 흔들리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우둔하고 음흉한 자가 졸개들의 맹목적 충성경쟁을 달콤하게 여기다가는 결국 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은 어김없는 이 세상 이치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미련하고 욕심많은 우두머리가 실천의지는 없으면서 심심하면 장남삼아 던지는 말이 "인사가 만사"라는 잠꼬대다.



  2000년대 초반인가, 폐기 처분한 헌 낙하산에서 빼낸 부품으로 낙하산을 만들어 납품한 군납업체가 적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때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 자신이 공수부대에서 낙하산병으로 복무하고 있는데도 그런 무모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제 자신이 타고 내릴 낙하산을 썩은 자재로 만들어 위기일발에 처하고 싶겠는가? 쓸데없이 소리 내어 멸사봉공을 외치지 말자. 공과 사를 똑 같은 잣대를 가지기만 하면 누구든지 길이길이 빛날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모든 일을 내일처럼만 생각해도, 부패하고 무능한 친구를 낙하산에 태울 까닭이 정녕 없을 것이다. 모든 고아들을 제 자식처럼 생각하는 고아원장보다 더 훌륭한 고아원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돌이켜 볼 때, 근세조선이 그리 지저분하게 무너진 원인의 하나는 무능력하고 부패한 망나니들에게 벼슬을 팔아먹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오랫동안 성행했기 때문이다. 탐욕스런 엉터리들을 벼슬을 주어 가렴주구를 일삼게 하여 결국 나라를 망치게 하는 일은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소위 세도가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벼슬자리를 팔아 영화를 누리는 대가로 그 후손들은 남의 나라 노예로 전락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조금만 멀리 생각하고 살자는 이야기다.
                         졸고,  행운의 탈을 쓴 불행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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