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일은 쓰레기더미에서 황금을 골라내는 것과 같이 어렵다. 또 가치있는 정보를 옆에 두고도 진정한 가치를 몰라 황금을 쓰레기로 만들기도 쉽다. 정보화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범람 속에서 헤매면서 동시에 정보의 빈곤을 느끼는 까닭은 정보를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 내가 아는 어떤 인사는 보고 배운 것은 많은데, 스스로의 생각이 없다보니, 이것저것 아는 체 하지만 앞뒤가 어긋나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주책 없이 미확인 정보를 퍼트리는 바람에 (본의는 아니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자신의 판단 없이 남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첨꾼으로 오해받을 때도 있다. 머리속에 많은 정보가 쌓여 있어도 판단력이 없으니 줏대 없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셈이다. 황금과 쓰레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엉터리 지식인이다.

   # 이와 반대로 남의 의견은 무시하고 막무가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 또한 황금을 쓰레기로 만든다. 세상사 모든 일을 저 혼자 다 알고, 다 해본 것처럼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만의 생각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어 새로운 정보를 외면하니 변화의 방향을 읽지 못하여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비용과 편익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일을 밀어붙이다가 커다란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지불하게 한다. 고집을 부려 쓸모없는 호화청사, 경전철, 인공섬, 기타 등등 만들며 헛돈을 쓰는 행태를 보라. 이런 옹고집들은 정보를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심복을 동원하여 상대편의 약점을 캐는데 악용한다.

  # 자기 철학이 없이 왔다 갔다 하던 허수아비가 어느 날 큰 힘을 얻으면 더욱 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똥고집이 되어 변덕을 부리기 쉽다.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인사가 우두머리가 되면 조직과 사회는 방향을 잃고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된다. 대부분의 독재자가 그렇듯 위엄을 세우고 사람들을 못살게굴다가도 삽시간에 두려움에 떨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변한다. 아마도 악어의 눈물이 쇼가 아니고 적어도 그들 자신에게는 진실인지 모른다.

  선과 악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갈피를 잡지 못했던 네로 황제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으면서 그 자신도 두려움에 떨었다. 심성이 고르지 못했던 조선조 숙종은 갈팡질팡하며 피바람 부는 환국(換局)과 옥사를 일으켰다. 당시 지배계층은 4분5열되어 상복논쟁 같은 하찮은 것을 가지고 사투를 벌여, 충신이 되었다가 갑자기 역적이 되고, 역적이 다시 충신이 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오늘날 정보화사회를 살아가며 필요한 자세는 이미 2,500년 전에 정확하게 갈파되었다. 논어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論語 爲政 第二) 라고 하였다. 여기서 배울 학(學)은 지식 내지 정보의 습득을, 생각할 사(思)는 앎에 기초한 사유와 판단을 의미한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음미하지 않으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다. 또 아무리 생각이 깊어도 외부의 정보를 흡수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판단이 불가능하다. 정확한 판단력이 뒷받침되어야 정보의 가치가 커지고, 제대로 된 정보가 있어야 판단력이 빛을 낸다는 이야기다. 똑 같은 정보라도 어느 누구에게는 돌로 보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황금으로 보인다. 그래서 뛰어난 지도자 곁에는 황금과 돌을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한 참모가 언제나 있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뿌리는 기회균등(equal opportunity)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균등(equal information)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보의 판단능력에 따라 경제적 성과가 아주 달라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글로벌경제에서 정보의 가치가 자꾸만 커지므로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보의 독점, 정보의 왜곡, 정보의 남용이 방지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징벌은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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