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 걷기 습관화 방법
[홍재화의 걷기인문학] 걷기 습관화 방법
구슬이 서 말이어도 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건강 방법도 습관을 통해서 꾸준해야 한다. 그렇다면 습관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한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정의를 ‘인식, 기량, 욕구의 혼합체’라고 정의했다. 인식이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하는 지에 대한 이론적 패러다임이다. 기량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가, 즉 방법을 말한다. 욕구란 하고 싶어 하는 것, 즉 동기를 말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우선 걷는 것이 무엇인지, 걸으면 무엇이 좋은지를 알아야 한다. 걷는 것과 노동의 차이, 걸어서 좋은 이유, 걷지 않으면 생기는 내 몸과 마음의 증상들을 알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왜 걸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걸어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면 걷는 방법, 자신의 기량을 알아야 한다. 걷는 방법과 자신의 기량을 알지 못하면 걷기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건강과 정신적 평안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걷기의 필요성과 기량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걷고 싶은 욕구가 없으면 우리는 걷기를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걷기를 습관화하려면 왜 걷는지, 얼마나 어떻게 걸어야 하는 지, 그리고 걸어야 하는 의욕을 끊임없이 나에게 재인식시켜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습관을 습관화하기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습관화를 역행하는 여러 가지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추워서, 비가 와서, 힘이 들어서, 무언인가를 먼저 하기 위하여 등등의 이유로 걷기를 미룰 수 있다. 이는 핑계를 만들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역습관이다. 누구나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동안 이전의 습관들을 이겨내는 의지력과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의 중심에는 걷기를 이전의 습관들이 새로운 걷기 습관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앞서 ‘걷기가 긴급하고 중요한 일’임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걷기가 생활화되기 까지 나름대로 각자의 익숙해질 방법을 만들어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걷기 습관화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걷기를 수치화한다

걷기를 수치화하자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하루 1만보’이다. 그렇다면 왜 1만보일까? 1만보는 과학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일본의 어느 회사가 걷기를 세는 기계를 만들어 놓고, 그 이름을 ‘만보계’라고 정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한 걸음을 60센티라고 하면 만보는 약 6킬로미터가 된다. 걷기운동이 인기를 끌면서 하루 1만보를 걸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렇게 걸음 수를 목표로 정할 수도 있지만, 하루 30분씩 1주 3일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도 있다. 하루 30~50분 정도 속보로 걸으면 7,000보정도 걷게 되는데 이 정도면 체중감량은 물론 유산소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량이 된다. 처음에는 힘들지 않고 쉽게 낼 수 있는 정도의 시간으로 시작해서 차차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처럼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정해놓는 것을 경영에서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 목표관리)라고 한다. 이처럼 수치를 명확하게 하면 업무를 하면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걷기도 그저 막연하게 오늘은 열심히 걸어야지 하고 한다면 걷는 거리나 발걸음의 수는 그날그날 자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고무줄처럼 들쭉날쭉 하게 된다.

2. 걷기 코스에 변화준다

뭐든지 오래하기 위해서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저 건강만을 위해서 하기 싫고 힘든 걷기를 억지로 해서는 오래하지 못한다. 너무 심각해서는 그 무게에 눌러 금방 주저앉고 만다. 걷기를 취미, 놀이 또는 구경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늘 걷던 길만 걷지 말고 걷는 길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는 동대문도서관에 갈 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성북 천을 걷는 것이다. 하지만 늘 같은 길을 걷다보면 변화가 없고 지루하다. 그래서 안암동의 뒷골목을 걷거나 보문동의 골목을 빙 돌아갈 때도 있다. 때로는 낙산 성곽 길을 통해서 다녀오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보면 생각보다 가는 길이 많다. 익히 알고 있던 길도 아침에 사람들이 분주히 오갈 때의 길과, 한 밤중 조용한 가로등 아래를 걷는 길은 느낌이 매우 다르다. 출퇴근할 때 집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면 중간에 내려서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교외로 멀리 나가야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계단을 걷는다

어느 건물의 계단에는 한 걸음에 몇 칼로리라는 글이 쓰여 있다. 그러면서 한 층을 걸어 올라가면 5분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 숫자를 보니 마구 걷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누군지 사람들 걷게 하는데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직장인들에게는 손쉬운 운동이 계단 걷기이다. 사무실의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통해서 오르내리기만 하면 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고층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건강에 만병통치약이라는 걷기 운동을 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걷기박사 이홍렬의 ‘건강워킹’에 의하면 10층 건물을 천천히 올라갔다가 내려온다고 했을 때, 이때 소모되는 칼로리는 40Kcal가 넘는다고 한다. 같은 시간동안 평평한 길을 걸었을 때는 소모되는 16Kcal에 비하면 2배가 훨씬 넘는다. 물론 계단 걷기는 건물 내에서 하는 것이 때문에 몸무게를 줄이는 데 효과가 적다고 한다. 우리 몸은 운동을 시작하여 처음 20분 정도까지는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단 걷기는 몸무게를 줄이기보다는 심장과 폐의 기능 등 여러 가지 신체 기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비만과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사전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4. 보이게 걸어라

내가 걸었다는 것을 우선 나에게 보여주고, 가까운 사람에게 보여주고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자기가 알아가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감추려고 한다. 그러고는 짠~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그런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남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강의를 나가면 젊은이들에게는 절대로 겸손하지 말라고 한다. 나에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나만큼이나 이룬 게 없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확실히 우리 세대보다 재주가 많고 남들과 협력할 수 있는 도구와 기회가 많다. 그런데 겸손 하느라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라고 하면 남들은 진짜 그 사람이 아는 게 별로 없는 줄 알고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겸손이란 뭔가 이루었을 때 겸손하면 되고, 지금은 오만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내가 책을 쓰고 글을 쓰는 것도 세상에 ‘나 아는 것 많아요!, 나 좀 알아주세요!’라고 소리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가끔 강의나 원고 쓸 거리가 오기도 하고, 내 유튜브를 보았다면서 신발을 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걷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성과를 공유하면 재미가 더 늘어난다. 페이스 북의 친구 중에는 꾸준히 자기가 산에 가는 사진을 올리고, 강의하는 사진을 올리고, 좋은 길을 걷는 사진을 올린다. 그럼 사람들은 자기가 가보지 못했던 곳의 경치를 보고,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강의를 하는 줄 알아준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서 어느 유명한 길을 몇 시간동안 어느 거리만큼 걸으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다는 것은 인스타그램, 페북에 공유하는 것도 내가 걸은 성과를 과시하는 것이다. 그럼 남들이 알아준다. 열심히 사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또 그렇게 함으로서 좋은 점은 어느 날 그 사진을 보면서 그 때를 다시 추억할 수 있고, 그런 데이터들이 모여서 다음 길 걷기에 대한 계획을 할 수 있어 좋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